[신동민의 인생영업]인맥에선 넓이보다 깊이가 중요

  • 등록 2018-05-17 오전 5:00:00

    수정 2018-05-17 오전 5:00:00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스마트폰을 열어서 연락처를 보자. 몇 명의 연락처가 있는가? 적게는 수십 명부터 수백 명은 쉽게 넘어간다.

얼마 전 한 행사에서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경품을 준다고 하니 연락처가 3000명이 넘는 사람도 있었다. 예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인지 ‘와’하는 탄성과 함께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영업하면 인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업에서 인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영업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인맥을 쌓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각종 모임에도 참석하고, 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서 동호회 같은 활동도 열심히 한다.

최근 꼭 영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많이 한다.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덩달아 페이스북 친구 숫자도 늘어난다. 간혹 어떤 분들은 친구 숫자가 5000명이 넘어서 더 이상 친구를 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 계정의 친구 수를 5000명으로 한정한다.

5000명은 대단한 숫자이다. 그러면 SNS 친구 5000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루에 한 명씩 소통을 해도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숫자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그냥 숫자에 불과 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소통이 없는 관계는 친구도, 지인도 아니다. 소통이 없는 페이스북 친구나 1년 동안 한 번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인맥이 아니다.

우리는 아는 사람과 인맥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냥 아는 사람 또는 연락처에만 존재하는 사람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아야 한다. 진정한 인맥이라고 하면 아무 부담 없이 전화를 걸 수 있고, 언제든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명함숫자와 핸드폰의 연락처 숫자는 인맥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인맥을 가져야 할까? 폭넓은 인맥, 깊은 인맥 등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진화심리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발표한 ‘던바의 수’라는 개념이 많은 의미를 준다. 던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집단의 적정크기는 150명이며, 이는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다. 이것을 던바의 수라고 명명했다.

수렵·채집을 하던 고대, 작은 집단이 30명에서 40명 정도로 구성됐다고 한다. 소통하고 이동하는데 적절한 규모가 그 정도였다. 좀 더 발전된 씨족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150여명이 집단을 이뤘다. 군대에서도 30~40명 규모의 소대와 이를 묶은 130~150명 규모의 중대가 있다. 고대 로마군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일차적으로 30~40명의 친밀한 인간관계가 있고, 그 다음으로 150명 규모의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통계에 의하면 일 년에 한번정도 접촉을 하거나 교류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그 밖의 집단으로 분류하는데, 사람들은 이 범주를 넘어서는 교류를 하게 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SNS상에서도 관계가 300명이 넘어서면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올라간다는 연구가 있다. 결국 적절한 규모의 인간관계와 교류의 범위가 있다는 것이다. 많다고 좋거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인맥 다이어트’라는 말이 공감이 된다. 과도한 인맥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살을 빼듯이 인맥도 정리를 하는 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을 신조어로 ‘관태’라고 한다. 관태는 관계와 권태의 합성어로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영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관계를 쌓을 것인가가 중요하지 얼마나 많은 인맥을 유지하는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인맥 구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규모와 친밀도로 측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에서 운영하는 고객의 충성도를 빌려와서 볼 수도 있다. 기업 경영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순추천고객지수(NPS : Net Promoter Score)라는 지표가 있다. 순추천(충성도)고객지수는 ‘추천의향’이라는 단순한 한 문장의 질문으로 고객의 로열티를 측정한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GE,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사용하면서 현재는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다.

이 기법의 측정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고객에게 ‘제품이나 브랜드를 주변 사람들에 추천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 하나만 한다. 이때 강력 추천하는 비율에서 중립과 추천하지 않은 비율을 뺀 수치로 측정한다. 아주 쉬운 개념이지만 충성도, 재구매율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본인이 아는 사람들에게 적용해보면 나의 인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내가 인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필요할 때 나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추천해주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인맥을 가지고 있거나, 내가 인맥관리를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서 진정한 인맥을 가지려면 나를 위해서 일해 주는 고객의 인맥이 필요한 것처럼 인생살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문뜩 정말 외로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핸드폰 연락처를 펼쳐서 이름을 하나씩 넘겨 본다. 선뜻 통화 버튼을 누를 사람이 없다. 또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 때 아무 부담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를 사람이 없다면 핸드폰에 연락처 수백 개, 수천 개가 저장돼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락처는 나에게나, 상대에게나 의미가 있어야 하고 항상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인맥에서 중요한 건 넓이가 아니라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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