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 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무슨 꿍꿍이인가

  • 등록 2019-06-26 오전 6:00:00

    수정 2019-06-26 오전 6:00:00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율형 사립고는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며 자사고 폐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울교육청이 내주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상당수 탈락’을 예고하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은 이미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의 재지정을 취소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대상 24개 자사고 가운데 무더기로 지정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기준점에 미달하면 탈락될 수 있다. 하지만 기준과 원칙이 불합리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산고가 그런 경우다. 전북교육청은 기준 점수를 타지역의 ‘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적용했다. 자율에 맡겼던 사회통합전형도 뒤늦게 불리하게 기준이 바뀌었다. 형평성과 공정성을 무시한 처사다. 결국 다른 지역이었다면 쉽게 통과했을 79.61점을 받고도 단 0.39점이 모자라 탈락하게 됐다. 일단 폐지하기로 결론을 내놓고 짜맞추기 평가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자사고 폐지가 대선 공약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과 절차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런데도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되레 “교육부장관이 부동의하면 권한쟁의심판 절차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라고 큰소리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서울교육청도 자사고 폐지 신념이 강한 조 교육감의 의도에 부응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지나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의 획일성 문제를 보완하려 도입한 이후 교육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들은 긍정적 효과는 애써 외면한 채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폐지를 고집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평준화에 매몰돼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수월·다양성 교육을 사시로 바라보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의 교육이 갑자기 살아날 리도 없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자사고 폐지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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