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가 기본소득에 주목한 것은 2009년 독일의 한 학회에서라고 한다. 그는 기본소득이 조세 부담률이 낮고, 이에 따라 복지 총량도 적어 납세자가 세금 납부에 대한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에 맞는 제도라고 봤다. 이른바 ‘저부담→저복지→저신뢰’의 악순환을 기본소득이 끊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
강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할 경우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기 위해 총 소득에서 10%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자신이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 소득이 큰 국민이 전체의 85%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연 소득이 8000만원인 3인 가구를 예로 들면 이들은 한 달에 90만원, 연 1080만원을 기본 소득으로 받게 된다. 이 가구는 연 소득의 10%를 기본소득 지급 목적으로 하는 증세에 찬성할 것이고, 이 같은 경우가 국민의 85%에 이르며 누진 구조로 설계할 경우 90% 이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만큼 한국의 소득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본소득 금액을 수백 만원으로 늘리기는 어려우며, 한 달에 50만원 안팎의 기본소득이 적정 수준이라고 봤다.
부동산 보유세 역시 상당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강 교수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조세 저항에 대해 “교정적 조세만 부과한다면 저항이 크다”며 “투기를 막을 정도로 보유세를 과감하게 0.5% 부과한 뒤 그 돈으로 기본소득을 준다면 정치적 지지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비효율적인 복지 체계를 통폐합하고 그 대체재로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이에 강 교수는 “아동 수당이나 노령 연금처럼 기본소득과 성격이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며 “진보진영에선 기존 복지 수준 자체가 높지 않으니 당분간은 기존 복지를 줄이지 않은 채 기본소득을 추가로 도입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보수진영에서도 현재의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는 데 대해선 문제 의식을 가진 것”이라며 “여야 의견 차가 좁혀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부연했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일까. 강 교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퓰리즘은 경제 전체에는 해가 되는데 특정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불평등과 기후 재난을 막는 등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