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금융중개기능 잃은 은행들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1-07-07 오전 5:50:00

    수정 2021-07-07 오전 5:5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금융부문은 실생활에 필요한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실물부문이 순조롭게 순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자금의 잉여부문과 부족부문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금융중개기능이 성숙하게 발전하여야 지속적 경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여수신 금리구조를 관찰할 때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기능이 사실상 망가졌다. 지나치게 벌어진 예대금리차이로 실물부문이 거꾸로 금융부문을 살찌우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역설이 성립할 지경으로 왜곡되어 있다.

물론 이 같은 비정상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까닭은 돈이 몰려 있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자금홍수 다른 한편에서는 자금가뭄 현상이 혼재된 때문이기도 하다.

2021년 5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총수신 평균 금리는 연 0.66%이며 총대출 평균 금리는 수신금리의 무려 4.21배인 연 2.78%에 달한다. 쉽게 말해, 제1금융권의 자금운용수익이 자금조달비용의 무려 4.21배나 되어 배꼽이 배보다 네 배보다 더 큰 기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전에도 예대금리차이가 약 2.5배에서 3배 정도에서 형성되는 불균형현상이 문제되었지만, 최근 불균형 상태가 더욱 심해졌다. 이 같은 독점적 금융구조 아래서 예금자는 양에 차지 않고, 대출 받은 가계나 기업은 허리가 휘고, 자금 중개기관은 배불뚝이가 되어가는 양상이 벌어졌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시중은행들은 큰 호황을 계속 누리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질서 있는 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여 금리인상 변죽을 울리자 시중은행 주가가 훌쩍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예금은행 주가를 부추긴 원인이 무엇인가? 지금처럼 예대금리차가 큰 비정상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준금리가 0.50%만 올라도, 대출금리는 2%포인트이상 오른 5% 내외에서 형성되어 예금은행의 이익이 마냥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기준금리가 2~3%로 상승할 경우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리 비싼 자금조달비용을 지급하고 생존할 수 있는 중소기업, 신생기업, 자영업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은행은 자금공급자로부터 싼 금리로 예금을 받아 자금수요자에게 비싼 금리로 대출하는 기능을 할 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물먹는 하마’가 되었다. 2금융권은 몰라도 1금융권은 담보능력이나 상환능력을 미리 점검하는 제도가 있어 지불불능위험이 크지 않아 “땅 집고 헤엄치듯” 별반 노력을 하지 않고도 수지맞는 장사다. 위험부담 없이 싼 이자를 지급하고 높은 이자를 받는 일은 인정사정없는 고리대금업자처럼 사실상 불로소득을 향유하는 셈이다. 최근, “높은 사람이 은행에 대해 이익이 많이 나니 직원을 더 채용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기사를 보고는 맥이 빠진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아래서 기준금리인상보다도 금융중개기능 정상화를 통한 기본문제 해결이 보다 시급한 현안과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가?

금융부문이 실물부문 성장과 발전에 비해 앞서거나 반대로 뒤처지면 문제를 잉태하고 경제순환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어떤 체제를 막론하고 금융과 실물이 괴리되어 지나치게 선행하거나 후행하면 불확실성이 잠재되다가 혼란이 일어난다. 1997년 외환금융위기는 관치금융으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초래된 인적재앙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금융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금융시장에서 팽창된 거품이 동시다발로 붕괴하면서 세계경제를 일거에 혼란에 빠뜨렸다. 가격을 잡겠다면서 매도를 억제하는 조치가 부동산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듯이, 자금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상태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잉태되다가 어느 방향으로 번져갈지 모른다. 더구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틈새, 막이 언제 내릴지 모를 신종역병으로 불확실성이 넘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더욱 불안하다. 금통위나 금융감독기구나 금융소비자나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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