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기술

  • 등록 2021-11-25 오전 6:15:00

    수정 2021-11-25 오전 6:15:00

[김지현 IT칼럼니스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메시지는 혼란의 시기에 연륜과 경험으로 쌓은 노인의 지식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사회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미래 전망도 쉽지 않을 뿐더러 과거의 경험과 지식이 오히려 미래를 대비하고 혁신하는데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전통산업 즉 디지털 이전의 산업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디지털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층에게 조언을 하기가 민망하다. 기업 내부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디지털 간극으로 인한 세대간 갈등은 기술 변화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는 50대 이상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장년층, 노년층에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을 갈 수 없으니 식당에 모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쇼핑을 하고 배달을 시켜 먹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매번 매장에 방문할 때마다 수기로 연락처를 표기하는 것보다 QR코드 인증이 편하고 안전하다보니 모바일 인증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경험 속에서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디지털 기술은 학습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경험하며 깨닫는 통찰이 더 값지다. 그러려면 디지털이 쉬워야 한다. 청년층에는 그렇게 쉬운 디지털이 왜 노년층에는 어려운 것일까? 사람의 문제인가? 기술의 문제인가? 기술의 문제다. 기술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하고 쉬워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어선 안된다. 그러려면 디지털을 도구로서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쉬워야 한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모두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이들 기술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편리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기술의 진화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보다 편리한 컴퓨팅,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70대 노모에게 3년 전 스마트 스피커를 선물해드렸다.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작아 타이핑도 힘들고 버튼 크기도 작아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어려워져 힘들어하셨던 노모에게 이 스피커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언제든 스피커에게 말하듯이 날씨를 묻고, 뉴스를 확인하고, 음악을 틀어준다. ‘아리아, 60년대 가요 들려줘’, ‘아리아, 오늘 날씨 알려줘’, ‘아리아, 아들에게 전화걸어줘’ 이렇게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에서 하던 것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어머니는 스마트 스피커로 AI를 알고 이 기술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편리함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있으시다.

그래서, 최근에는 구글 네스트 허브라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스마트 스피커를 설치해드렸다. 어머니는 식탁 위에 구글 네스트 허브를 올려두고 스마트폰보다 더 자주 이용하신다고 주변 친구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하신다. 굳이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지 않아도 내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사진 중 가족 사진은 자동으로 어머님 댁의 네스트 허브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또, 네스트 허브를 이용해 내 집에 있는 식탁 위의 네스트에 연결해서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어머니는 그렇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물 인터네 기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다.

SKT는 누구(NUGU)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독거 노인 대상으로 2020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서 AI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전문요양기관과 사회적 기업과 제휴를 맺어 치매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대상으로 AI 스피커를 설치해서 24시간 어르신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1:1 맞춤형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AI는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고 이런 기술은 우리의 노년을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이때 주로 이용되는 기술이 사물 인터넷이다. 문, 수도꼭지, 변기 등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서 집안에 거주하는 노인분의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하고 신체 상태와 건강을 체크해 병원이나 복지단체에 주기적으로 전송함으로써 건강의 이상이나 문제를 측정해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즉,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건강 관리를 평소에 해줌으로써 병원에 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메타버스도 궁극적으로는 컴퓨팅, 인터넷 사용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실제 PC에서 웹을 사용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화되었다. 즉, PC를 이용하지 못하던 유아와 노인층까지 스마트폰은 애용하고 있다. 그처럼 메타버스는 기존의 웹이나 앱을 이용할 수 없던 사람들에게 더 편하게 인터넷,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저 안경같은 HMD만 쓰면 쉽게 인터넷에 연결되어 손짓과 음성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니 그냥 안경처럼 더 나아가 렌즈만 쓰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ICT의 발전은 우리 사회와 산업 전반에 보편적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사회 곳곳, 모든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혁신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불평등은 세대에서 나오고 있다. 디지털을 너무 잘 알고 디지털 속에서 사는 10대와 디지털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20~30대, 디지털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해서 가끔 이용하는 40~50대가 서로 다른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인식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60대 이상은 아예 디지털 기술과는 결별한 상태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세대격차를 뛰어 넘어야 한다. 디지털 불평등은 세대 갈등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디지털 속에서 사는 20대와 디지털로 일하는 40대를 60대 노인층이 어떻게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겠는가. 이제 노인도 ICT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적극적으로 디지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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