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최소규제 바람직…온플법 대신 임시중지명령 도입해야"

[인터뷰]이화령 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
“GAFA와 달라…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문제 풀어야”
“사적접촉 규제 축소해야…사무처 지위 격상 고민할 때”
“경제분석 내부인재 키워야…결합심사부서 확대 시급”
  • 등록 2022-05-03 오전 5:47:00

    수정 2022-05-03 오전 6:19:5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플랫폼이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국에서는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경제력 집중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소규제 원칙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같은 특별법 제정보다는 임시중지명령(Interim measures)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화령 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사진 = KDI 제공)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은 최근 세종시 KDI 본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팀장은 작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시행 40주년을 맞아 발주한 ‘공정거래 정책의 중장기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총괄했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에는 공정거래 관련 법률과 정책, 공정위 조직까지 모든 부분을 망라한 분석·향후 제언이 담겼다. 현 공정거래 정책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다.

“GAFA와 달라…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문제 풀어야”

그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플랫폼 겨냥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여러 단서를 달긴 했으나 반대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이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처럼 심각하지 않고, 두 회사 모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지정돼 이미 대기업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만 맡겼다가 제어할 수 없이 커져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 팀장은 “플랫폼이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 상황에서 특별법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에 따라 매번 특별법을 만들 수도 없다”며 “사전규제 최소화 측면에서도 온플법 제정보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입점업체·소비자 보호와 연관된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나 ‘연대책임 부여’ 등은 전자상거래법 개정과 심사지침 등을 통해서도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이 팀장은 강한 확장력과 빠른 속도를 가진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임시중지명령’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소비자 또는 경쟁사업자의 피해가 심각해 빠른 시정조치가 필요한 경우 경쟁당국이 최종결론을 내리기 전 일시중지를 명령하는 제도다. EU(유럽연합)는 미국 칩셋 제조회사인 브로드컴(Broadcom)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사건을 심의하다 시간이 지체되면 시장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 2019년 임시중지명령을 사용했다.

그는 “빠른 사후규제라고 할 수 있는 임시중지명령 제도가 온플법과 같은 사전규제보다 플랫폼 대응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디지털 시장은 경쟁법의 최신영역이기에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해서는 막기 어렵다”고 “다만 한국은 표시광고법·전자상거래법에만 임시중지명령제도가 있어서 법제가 정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적접촉 규제 축소해야…“사무처 격상 고민필요”

이 팀장은 새 정부에서는 공정위를 폐쇄적으로 만드는 ‘외부인 사적 접촉 금지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규정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기업과의 유착 근절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산업동향을 면밀히 이해한 뒤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할 공정위를 ‘갈라파고스’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크다.

그는 “접촉 제한 규정으로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고 결국 공정위 안에서만 대화하니 폐쇄성이 너무 강해졌다”며 “진흥부처와 마찬가지로 규제부처도 산업을 굉장히 잘 이해해야 하는데, 외부 전문가를 만나지 않으면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장급 이상 고위직은 접촉을 막더라도 과장급 이하는 활발히 만날 수 있어야 공정위가 적합한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 모습(사진 = 연합뉴스)


이 팀장은 공정위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사무처(심사관)를 강화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위원장의 심의 참여 제외를 제안했다. 현재 위원회는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이 위원장-부위원장이 아래에 있는 구조라 조사절차와 심의절차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위원회 심의 결과가 법원 1심에 해당해 더욱 공정성을 강조한다.

그는 “부위원장직을 없애고 현재 1명인 사무처장을 2명으로 늘려 사무처 권한을 강화, 사무처-위원회를 대등하게 만드는 것도 공정위의 중립성을 강화할 방안이 될 것”이라며 “타 부처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위원장의 사건 심의 배제도 생각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와 사무처와 완전한 분리는 사건처리 효율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경제분석 내부인재 키워야…결합심사부서 확대 시급”

경제분석 이야기가 나오자 이 팀장은 먼저 한숨을 쉬었다. 경제분석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을 다투는 공정위의 가장 큰 무기다. 하지만 기업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은 다수의 경제분석 전문가가 참여해 논리를 만들지만, 공정위는 예산·인력 문제로 대등하게 싸우기 어렵다. 이 팀장도 실제 공정위 쪽 경제분석을 맡아 기업을 상대해보면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플랫폼경제연구팀장(사진 = KDI 제공)


그는 “경제분석이 공정위의 가장 큰 무기가 돼야 하는데 현재는 인력부족으로 너무 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경제분석 중요도가 커지는 상황이라 더 안타깝다”며 “외부에서 1~2명 충원하기 보다는 내부 고정 인력을 늘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키우는 형태로 운영해야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팀장은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부서를 인력 부족으로 ‘국’이 아닌 ‘과’로 운영되는 점도 지적했다. 2019년 기준 공정위 결합심사 인력은 7명으로 1인당 109건을 처리하고 있으나 EU는 68명이 1인당 6건을 처리했다. 물리적으로 해외 경쟁당국과 비교해 심사속도 등을 따라잡기 어렵다.

이 팀장은 “결합심사는 공정위가 M&A(인수합병)을 통한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지금 인력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하루빨리 ‘국’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또 심사 수수료를 유료화해 해당 재원을 공정위가 쓸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정책 전체를 모두 돌아본 소감을 묻자 이 팀장은 “숙제만 더 떠안은 기분”이라고 웃었다. 그는 “내용이 방대하고 봐야 할 자료도 많아 깊이 들어가지 못한 한계가 너무 아쉬웠다”며 “배운 부분도 많고 앞으로 연구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많이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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