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론스타 사건 10년만의 결론, 시험대 오른 한동훈

론스타 중재판정에 "취소절차 충분히 승산 있어"
취소委, 소수의견 분석 아닌 절차적 정당성 초점
승산 0%일지도…취소되더라도 중재절차 재진행
한동훈의 논리, 그에 대한 객관적 판단 잣대될 것
  • 등록 2022-09-13 오전 6:00:00

    수정 2022-09-13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매도인 A씨와 매수인 B씨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인 탓에 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 유명 투자자인 A씨는 애초에 이 집을 취득할 때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고, 파는 과정에서는 집값을 부풀리려는 행위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래는 성사됐고 A씨는 상당한 차익을 챙겼다. 그럼에도 매도인 A씨는 돌연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거래 허가를 제때 안 내주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똑같지는 않지만 론스타 사건을 큰 틀에서 보면 이렇다.

그 결론이 2주 전 나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과거 판단과 행동 때문에 수천억원의 국민혈세를 외국계 사모펀드에 지불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론스타 입장에서 보면 수조원의 차익을 이미 챙겼는데 덤으로 수천억원을 더 손에 쥐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소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수의견 배상액이 ‘0원’인 만큼 승산이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와 한 장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산넘어 산이다.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다. ICSID 취소위원회에서는 소수의견이 옳은지를 따져보지 않는다. 중재판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느냐만 살펴본다. 중재인이 권한을 넘어섰는지, 부정을 저질렀는지 등 ‘절차적 정당성’이 취소절차의 핵심 쟁점이다.

게다가 중재인 3명에는 양 당사자(대한민국 정부, 론스타)가 추천한 중재인이 1명씩 들어가 있다. 우리 정부가 추천한 그 1명의 중재인과 우리 정부에 유리한 판단을 한 1명은 동일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의 배상액은 0원’이라는 소수의견이 있는 것은 기적의 동아줄이 아니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 중재판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33%가 아닌 0%였을 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기적적으로 취소에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우리 정부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번 중재판정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론스타 사건은 다시 중재절차를 밟게 될 것이고, 앞선 판정보다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가 이번 중재판정에서 ‘승리’ 또는 ‘선방’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중재판정 절차가 10년간 이어진 동안 우리 정부는 이미 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번 정부의 스타장관인 한동훈 장관은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과 관련해 시험대에 올랐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그의 말이 국민들의 분노를 당장 잠재우기 위한 임시변통식 발언인지, 아니면 그의 명민함을 입증해줄 증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중재판정 취소 여부와 론스타 사건 최종 결과는 국민들이 법무부 장관 한동훈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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