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가까지 번진 전세사기 피해, 보고만 있을 텐가

  • 등록 2024-06-25 오전 5:00:00

    수정 2024-06-25 오전 5:00:00

청년층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 대학가에서 100명 가까운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신촌 대학가를 중심으로 비슷한 규모의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이 묶이는 처지가 됐다. 지난 2022년 빌라왕 사건과 이듬해 건축왕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전세사기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신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같은 임대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한 다른 지역 피해자들과 함께 구성한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23일 신촌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피해자들이 공개한 피해 실태는 딱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학원생 이 모 씨는 계약이 만료된 지 9개월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친구 집에서 지낸다고 했다. 연세대 여학생은 보증금을 회수해 유학비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꿈을 접어야 할 처지라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는 평균 나이가 26살에 불과한 청년들이다.

신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집주인을 고소했지만, 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경매 절차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감정가가 보증금 총액에 턱없이 모자라 경매에서 집이 팔려도 입주일 순서가 뒤쪽이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집이 다가구 주택이어서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구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절반은 정부가 권장한 청년 전세대출을 받아 살 집을 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세사기가 일어나자 정부와 은행이 대출의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대책위는 성토했다.

이번 사건은 전세사기특별법의 허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법이 사각지대로 놔둔 다가구 주택과 불법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대책이 시급하다. 게다가 특별법은 2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지난해 7월 시행에 들어갔으니 내년 7월 효력이 상실된다. 21대 국회가 통과시킨 특별법 개정안은 ‘선 구제 후 구상’ 조항을 둘러싼 논란 끝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법 개정 등 보완 작업에 속히 나서야 한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더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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