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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어떤 작품에서든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보이는 게 저는 싫습니다. 제 이름이 아닌, 제가 연기한 인물이 보이고 기억됐으면 해요."
팬들이 붙여준 '명본좌'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새 영화 '파괴된 사나이'(감독 우민호)에서도 연기를 위한 뼈를 깎는 고통에 자신을 던졌다.
신심깊은 목사가 딸이 유괴된 후 신에 대한 믿음과 가족을 잃은 후 극한의 상태에 내몰리는 내용을 담은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김명민)와 유괴범(엄기준)의 숨막히는 대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도유망한 목사에서 현실에 찌든 사업가로, 다시 8년이 지난 후 딸이 기적적으로 나타자 아이를 구하려는 절실함만으로 가득찬 아버지로, 한 작품에서 변화무쌍한 변신을 꾀하는 김명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작 '내사랑 내곁에'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에 이어 이번엔 목사 역에 도전했는데
▲가족들이 모두 기독교 신자라 목사님 모습은 내게 참 익숙하다. 목사님들의 설교하는 모습을 떠올리다 그 중 가장 전형적인 목사님 모습에 착안해 역할에 임했다.
-한 작품 안에서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흥미롭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를 뿐 내면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극한 상황에서는 욕도 하고 사람을 때릴 수도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우린 너무 인간의 한 단면만 보고 감추고 억누르는 부분이 있는데 배우에 대해서도 이미지에 따라 캐릭터를 나누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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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8년간 주인공 주영수가 과연 어떤 생활을 했을지 홀로 많이 생각해봤다. 성직자였던 사람이 신을 떠나고, 신 또한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을 때는 절망감과 함께 철저하게 변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극한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외치는 아이러니컬한 모습도 있고…. 없는 캐릭터를 만든다기보다 어디선가 살아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연기가 아닌 내가 주영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3일간 밤을 새면서 딸아이를 찾기 위해 범인에게 미끼를 던지는 촬영 때는 실제로 3일간 밤을 샜다. 연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 그냥 그 역할이 되기 위해 3일간 밤을 꼬박 샌 후 찍었다. 딸을 찾기 위해 기찻길을 달리는 장면도 3km를 뛰었더니 정말 힘이 들더라.
-신인 감독과 작업이었는데 호흡은 잘 맞았나.
▲솔직히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시나리오가 무척 훌륭해 단번에 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믿음이 많이 쌓여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기보다 실제 그 인물이 돼보는 데 역점을 두는 것 같다.
▲맞다. 그냥 연기하면 그저 김명민의 연기 기술만으로 그런 척하는 게 된다. 나는 어떤 인물을 내게 끌어오고 싶지 않다. 내가 그 사람한테 들어가고 싶다. 그러려면 실제 그 인물이 되어서 연기와 실제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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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작업이 많이 고통스럽지 않나
-고통이 행복으로 다가올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때인가
▲내가 불편함없이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이 100% 이해될 때는 정말 행복하다. 사물을 보는 시각도, 일상 생활에서도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을 때 말이다. 그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계속 파고 떠올려도 모자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이 지닌 감정을 다 느낄 수 없으니까.
-그런 치열한 연기 작업에 지칠 때는 없나
▲남들보다 좀더 힘들게 연기하고 더 나를 채찍질하는 게 더 좋은 결과가 잇는지, 놀면서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절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가끔 '김명민은 똑같은 그림이지만 뭔가 다른 부분이 느껴진다'는 얘기를 해 줄 때 힘을 많이 얻는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일이 없으면 오히려 아픈 스타일같은데
▲맞다. 몸이 너무 아파도 촬영장에 가면 싹 낫는달까.(웃음) 어떤 면에서는 배우가 무당과 비슷하다. 실제로 신기가 있는 분들도 있고…. 난 신기는 없는데 기는 상당히 센 편인 것 같다. 아마 나는 내 기준에 맞춰서 계속 연기할 것 같다.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나
▲아직은 계획이 없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만 돈이나 인기, 명예를 먼저 보고 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만은 확실하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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