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자라다 만 `홍자매표` 판타지

영혼체인지·가족극 엉켜
스토리·캐릭터 몰입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공유 호연은 `빅`이 남긴 선물
  • 등록 2012-07-25 오전 11:30:44

    수정 2012-07-25 오후 1:52:38

24일 막 내린 KBS2 월화드라마 ‘빅’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홍자매표 판타지’는 통하지 않았다. 스토리의 흡입력은 떨어졌다. 재기 발랄한 캐릭터도 눈에 띄지 않았다. KBS2 월화드라마 ‘빅’(극본 홍정은 홍미란·지병현 김성윤 연출)이 24일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빅’은 방송 내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24일 시청률이 11.1%(AGB닐슨미디어리서치). 마지막회에서 간신히 시청률 두 자리 수를 넘어섰지만 ‘빅’은 방송 내내 시청률 한 자리 수로 고전했다. 홍자매가 쓴 역대 드라마와 비교하면 화제성도 떨어졌다.

‘빅’은 SBS ‘추적자’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하지만 ‘빅’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문제가 더 컸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토리가 공감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및 트위터 등에는 ‘내용이 거북스럽고 불편하다’(moya002), ‘의리와 끈기로 보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참 집중하기 어렵다’(오렌지카밤), ‘질질 끄는 이야기, 회가 거듭해도 같은 내용 비슷한 대사만 반복됐다’(jang_dasom)는 내용이 적잖이 올라왔다. 결말을 두고도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다’(yeon_1226, crom6633, 달박이, rabell 등)며 아쉽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홍자매는 판타지와 가족극 사이에서 길을 헤맸다. ‘빅’은 ‘영혼체인지’가 중심 소재였다. 극중 학교 선생인 길다란(이민정 분)이 소아과 의사인 서윤재(공유 분)를 사랑하는 가운데 사고로 서윤재와 제자인 강경준(신원호 분)의 영혼이 바뀌어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홍자매는 여기에 강경준이 서윤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생긴 ‘맞춤형 아기’라는 드라마를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윤재 부모 사이의 오해와 갈등 극복 등 가족 스토리도 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이는 중반 이후로 갈수록 엉키기 시작했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홍자매’가 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봤다. 스토리가 꼬이다 보니 캐릭터 몰입도도 떨어졌다. 극중 장마리(수지 분)는 자신 때문에 강경준의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강경준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설득력이 약했다. 정석희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려면 감정이입이 제대로 돼야 하는 데 ‘빅’에는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며 “미성년자 제자인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 길다란도 서윤재의 부모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용도 정신없는 경향이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자매 전작인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과 비교해 스토리와 캐릭터의 독창성과 재기 발랄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이다.

다만 ‘빅’은 공유 재발견의 장이었다. 공유는 10대 고등학생과 30대 소아과 전문의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1인 2역을 소화했다. 공유의 철없는 10대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공유는 다양한 표정 연기로 10대의 풋풋함과 익살스러움을 살렸다. “어오우” 등 귀여운 감탄사로 말의 맛을 잡기도 했다. 직장인 오지은(34) 씨는 “공유 연기 보는 맛에 ‘빅’을 챙겨봤다”고 말했다. 정석희 씨는 “공유가 자신을 죽이면서 10대 캐릭터를 잘 살려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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