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대표 출신 입양아, 모국에서 재기 노리는 사연

  • 등록 2013-07-03 오전 10:17:27

    수정 2013-07-03 오전 10:18:28

노르웨이 입양아 출신으로 고국 무대에 도전하는 매티어스 군데르센.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노르웨이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매티어스 군데르센(28)이 27년 만에 밟은 모국 땅에서 ‘새 출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노르웨이 주니어 대표팀(18세, 20세 이하)과 성인 대표팀 수문장 경력을 지닌 군데르센은 안양 한라 입단을 위해 지난달 29일 귀국했다. 1일부터 시작된 3주간의 트라이 아웃을 통해 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1985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6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됐던 그가 고국 링크에 서기 위해 15개월 간의 공백기 극복에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노르웨이에 입양된 군데르센은 양부모 슬하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성공했다. 5세 때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11세에 골리로 포지션을 굳힌 그는 노르웨이 주니어 대표팀(18세 이하-20세 이하)과 성인 대표팀을 거치며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특히 주니어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두 번이나 팀의 톱 디비전 승격을 이끄는 등 노르웨이 주니어 대표팀의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주니어 대표팀에서의 맹활약으로 군데르센은 2006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2006 IIHF 세계선수권(톱 디비전)에 발탁됐다. 미국과의 1차전(1-3)에 출전하지 못한 군데르센은 캐나다와의 2차전(1-7)에서 2피리어드 10분여 만에 0-6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자 선발 골리 팔 그로트네스를 대신해 골문에 나섰다.

브랜던 섀너핸(은퇴), 시드니 크로스비(피츠버그 펭귄스), 파트리스 버저론(보스턴 브루인스) 등 쟁쟁한 스타가 포진된 캐나다를 상대로 30분간 1골 만을 허용하며 17세이브를 올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찬 군데르센은 5경기에서 3.15의 실점률과 0.905의 세이브율을 기록하며 노르웨이의 톱 디비전 잔류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상승세는 2007년을 고비로 한풀 꺾였다. 2007년 IIHF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후 노르웨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불운도 따랐다. 2007~08 시즌 사타구니 부상을 당해 6개월간 링크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1부와 2부를 오간 군데르센은 2010~11시즌 노르웨이 2부리그 코멧에 자리를 잡은 후 두 시즌 연속 리그 최저 실점률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보였다.

군데르센은 코멧과 계약이 만료된 2012년 3월을 끝으로 빙판을 떠났다. 도전 의식을 자극할 새로운 목표를 원했지만 이를 충족시킬 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잠시 접고 일반 회사의 재무 담당자로 일하던 군데르센은 지난 5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한국행 제의를 받고 빙판 복귀를 결심, 지난 29일 안양 한라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입국했다.

이틀간 휴식을 취하고 1일부터 훈련에 나선 군데르센은 장기간의 공백에도 불구, 탄탄한 기본기와 민첩한 몸놀림으로 안양 한라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틀간 군데르센의 훈련을 지켜본 심의식 한라 감독은 “15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고려하면 움직임이 나쁘지 않고 기본기도 좋아 보인다. 실전 감각 회복과 유럽과 다른 한국 아이스하키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국에서 아이스하키 인생의 새로운 출발에 도전하는 군데르센은 의욕에 차 있다. 그는 “오래간만에 훈련을 치러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몸 상태는 좋고 빨리 적응할 자신도 있다. 언제든지 빙판에 서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한라와 계약해 아시아리그 최고 골리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양 한라는 군데르센이 실전이 가능한 컨디션을 회복하는대로 상무와의 혼성 연습 경기 등을 통해 계약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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