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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무기]날아오는 로켓탄 1초만에 격추하는 최강의 '방패'

2011년 北 대전차로켓탄 대응 위한 근거리 방어체계 개발
150m 전방 로켓탄 탐지·추적, 10~15m 상공에서 무력화
위협체 탐지부터 파괴까지 1초 이내에 자동으로 이뤄져
'K2흑표전차'에 탑재 예정, 향후 함정·헬기 등에도 적용
  • 등록 2016-04-02 오전 7:00:00

    수정 2016-04-02 오전 9:03:33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994년 발생한 러시아와 체첸 간의 ‘그로즈니 시가전’은 러시아에게는 뼈아픈 기억이다. 당시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나선 체첸군과 러시아 간에 분쟁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체첸군을 진압하기 위해 체첸의 수도인 그로즈니에서 대규모 시가전을 벌였다.

당시 러시아는 T-80B와 T-80BV 등 전차 68대를 시가전에 투입했다. 하지만 체첸군의 대전차 로켓포에 기갑부대는 전멸했다. 1대만이 살아남고 67대가 완파됐다. 그로즈니 시가전을 ‘러시아 기갑부대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로즈니 시가전은 중장갑 전투차량의 장갑 두께를 두텁게 해 생존성을 확보하는 수동적인 방호 개념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방호를 위해 장갑을 둘러치는 데서 탈피한 ‘능동방호’기술 개념이 대두됐다.

능동방호 기술은 ‘소프트킬’과 ‘하드킬’ 방식으로 나뉜다. 소프트킬은 위협체의 접근을 조기에 탐지해 위협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교란하거나 연막탄을 터트려 안전한 곳으로 빨리 회피하는 유도 교란이다.

하드킬은 대응탄으로 직접 위협체를 맞추는 능동파괴 방식이다. 날아오는 로켓을 전차에서 포탄을 쏴서 떨어트린다.짦은 거리에서 단시간내에 적 로켓을 탐지해서 요격하는 만큼 복합적이고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그로즈니 시가전이 안긴 교훈 덕분에 러시아는 능동파괴 기술의 선두주자가 됐으며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도 1990년대 중반 이후 관련 무기 체계 개발에 뛰어들었다.

K-2 흑표전차가 연막차장을 치며 하천을 건너고 있다. [육군 제공]
北 대전차로켓 전력 증강에 방호능력 업그레이드

반면 북한은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활약한 값싼 대전차로켓탄의 효용성에 주목했다. 북한군은 2000년대부터 대전차로켓탄 전력을 대폭 증강했고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능동방호 기술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02∼2008년까지 6년간 대전차미사일 공격 시 복합연막탄을 발사해 미사일 기능을 교란하는 유도교란 방식의 능동방호장치(소프트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우리 육군 기계화부대의 핵심 전력인 ‘K2흑표전차’에 장착돼 있다. 복합연막탄이 내뿜는 열을 통해 적 미사일이 이를 전차로 인식하도록 해 전차 생존성을 높였다.

이같은 소프트킬 방식의 기술은 유도장치가 없는 대전차로켓탄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거리 미사일 뿐 아니라 대전차로켓탄까지 직접 타격해 방어하는 능동파괴 방식의 무기체계 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능동파괴체계는 적의 위협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탐지하는 기술과 이를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대응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종합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 정보와 개발 인프라 부족 등으로 능동파괴체계 관련 연구가 지지부진했다. 부족한 기술을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확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미국은 기술이전 자체를 거부했다. 러시아와 독일은 기술 이전비로 약 900억원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역시 단계적 기술 이전에 약 1000억원을 비용으로 제안했다. 과도한 기술이전비 때문에 국제 공동 연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ADD는 2004년부터 크레모어를 이용해 대응파괴기법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했다. 고정식 대응탄 시스템에 대한 기본 기술을 확보하고 레이다 등 주요 구성품에 대한 모델링을 실시하는 등 능동파괴 체계의 설계를 위한 준비작업을 지속했다.

ADD 관계자는 “능동파괴 체계가 대전차미사일과 대전차로켓탄으로부터 전차의 생존성을 2~6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다”며 “ADD는 능동파괴 체계 개발
왼쪽에서 날아오는 대전차로켓탄을 대응탄의 파편이 격추하는 모습. 보라색 불꽃은 로켓탄이 대응탄의 파편에 맞아 발생한 것으로 대응탄이 폭파된 뒤 굵은 불기둥과 원형의 검은 연기가 생겼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이 차세대 혁신기술 분야로서 반드시 개발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해 순수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왼쪽에서 날아온 대전차미사일을 대응탄의 파편이 격추한 이후의 모습. 대응탄이 폭발하면서 불기둥이 일자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아군 전차 10~15m 앞에서 적 미사일·로켓포 파괴

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능동파괴체계 개발은 당초 응용연구 3년과 시험개발 4년이 걸리는 총 7년간의 개발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군은 북한의 대전차로켓탄 전력 증강에 대처하기 위해 5년안에 개발을 끝낼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ADD는 최초로 ‘기술검토위원회’를 구성해 혹독한 기술 검증을 실시다. 위험 사업으로 분류된 이 프로젝트는 그만큼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ADD는 2006년 총 440억원의 예산으로 시작한 능동파괴체계 개발을 5년만인 2011년 완료했다. 개발시험과 군 운용시험을 통과해 ‘전투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ADD가 개발한 능동파괴체계는 크게 3차원 탐지추적레이다와 열상탐지추적기, 통제컴퓨터, 발사장치, 대응탄으로 구성돼 있다.

탐지추적레이다, 열상탐지추적기, 발사장치는 전차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하나씩 장착된다. 1개의 발사장치에는 두 발의 대응탄이 실린다.

약 150m 전방에서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미사일과 대전차로켓탄을 탐지추적레이다와 열상추적기가 자동으로 탐지하고 추적한다. 두 센서로 부터 받은 추적정보는 통제컴퓨터로 전송되며 통제컴퓨터는 위협체의 비행궤적을 예측해 교전 판단을 한다. 위협으로 최종 판단이 되면 교전 위치로 발사장치를 움직이며 파편형 대응탄을 발사한다.

발사된 대응탄은 아군 전차의 약 10~15m 근방에서 적의 대전차미사일과 로켓탄을 파괴한다. 위협체 탐지부터 파괴까지 일련의 과정이 모두 1초 이내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능동파괴체계는 향후 K2흑표전차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실전 배치되면 장갑 두께에 의존하던 기존의 수동적 방호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승무원의 조작 없이 전차 스스로 접근하는 적 위협체를 정밀하게 탐지하고 추적해 근거리에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전차는 물론 승무원의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ADD 관계자는 “능동파괴체계 기술은 적의 미사일이나 로켓탄, 무인기 등의 위협으로부터 전차 뿐 아니라 함정, 헬기, 국가 주요 시설 등을 방호하기 위한 핵심 기반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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