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기업 위기관리 百八手]①준법하라

  • 등록 2017-10-19 오전 6:00:00

    수정 2017-10-19 오전 8:28:2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 역사상 여러 위기를 목도했다. 기업이 위기를 겪고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잃었다. 기업의 오너와 대표가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죄 없는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사업부분이 팔려버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부름에 여기 저기 끌려 다녀야 했다. 심지어 인신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과 공중들로부터의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엄청난 과징금과 배상액을 뱉어내기도 했다. 전임직원이 가진 창피를 감내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는 현재 이 시간에도 수 많은 기업 내부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쉬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불거지는 위기 정도로 그 숫자가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에 기회(機)가 숨겨있다 말한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위로하기 위함이거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해 기회로 삼으라는 덕담이라고만 생각하자. 실제 위기는 그냥 위기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거나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잉태된다. 대부분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차라리 위기는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영품질이 높은 기업의 위기는 경영품질이 높지 못한 기업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위기관리 전문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경영품질이 정상이거나 매우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 서적들의 가이드라인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 느껴지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염불이라 느끼는 경우라면, 자사의 경영품질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사의 경영품질이 그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실행하지 못할 만큼 뒤쳐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108수(手)로 나누어 기고하기로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영품질과 관련된 뼈아픈 조언들을 108번 반복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서 사업연속성을 훌륭히 보장받기 원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108수(手)의 조언들을 새기고 실제 실행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중 첫 수(手)는 바로 ‘준법’이다. 기업 위기에는 여러 유형이 다양하게 있지만, 위기관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유형 중 가장 으뜸이 기업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다. 결국 이 위기관리의 결말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상당수준 큰 피해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여론의 법정(Court of Public Opinion)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시피 여론의 법정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한다. 실제 법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기업은 그 ‘유죄추정의 원칙’하에서 자사의 무죄를 주장하려 애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노력이다. 변호사들을 영어로 ‘Attorney at Law’라고 부른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직원을 여론의 법정에서는 ‘Attorney at Public Opinion’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라고 할지라도 자사가 명확하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변호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 여론의 비판을 온전히 감내하며 견뎌야 하는 아주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참작이나 무죄를 감히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실제 법정에서는 최악의 판결을 받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만큼 당연한 경영이 없다.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이 형편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근래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법적 문제는 물론 여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예견 방지하려 노력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위기관리 노력이다.

준법하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약 절반은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거나 타의에 의해 법적 논쟁이 발생해도 정상적 준법노력을 해 온 기업에게는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포지션으로서의 선택지가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자사의 팬덤이 있었거나, 지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들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은 준법을 지향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위기관리의 백팔수(百八手)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와 같이 ‘여론의 법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로 ‘준법’을 조언했다. 준법한 기업만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준법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지 준법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가? 아주 간단한 반면교사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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