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성장하는 공연은 이런 것…'적벽'

4번째 시즌 맞은 정동극장 레퍼토리
대학생 작품서 출발…매년 완성도 높여
판소리·뮤지컬·현대무용 '복합 퍼포먼스'
해학과 풍자, '젠더 프리 캐스팅'까지
  • 등록 2020-02-24 오전 12:40:00

    수정 2020-02-24 오전 12:4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다. 무대 위에 오른 작품은 한 번 펼쳐지고 나면 사라진다. 물론 끝은 아니다.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면 순간은 다시 찾아온다. 그렇게 한 작품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야말로 공연의 진짜 묘미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개막한 ‘적벽’이 바로 그런 공연이다. 2017년 정동극장에서 정식 초연한 이래 매년 무대에 오르며 어느새 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성장하는 공연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적벽’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적벽가’를 바탕으로 한다. ‘삼국지’ 중 하이라이트라 할 적벽대전을 21명의 배우들이 출연해 판소리, 뮤지컬, 현대무용의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거문고, 생황, 장구, 북 등 국악기의 라이브 연주가 무대에 흥을 더한다.

초연을 관람한 입장에서 ‘적벽’이 이렇게까지 롱런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적벽’의 출발은 ‘적벽무’라는 제목으로 2016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학생 뮤지컬부문 우수상, 대학 공연예술 경연대회 ‘2016 H-스타 페스티벌’ 금상 등을 수상한 대학생 작품이었다. 대학생 작품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초연은 군무의 합이 잘 맞지 않고 극 전개가 매끄럽지 못해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적벽’은 매년 무대에 오르면서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초연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의 공연으로 탈바꿈했다. 인물과 주요 사건을 소개하는 영상 이미지가 추가돼 극의 이해를 돕고, 하얀색으로 모던함을 가미한 무대 세트와 세련된 느낌의 의상으로 현대적인 멋을 더했다. 초연의 빈 부분을 채우다 보니 공연 시간도 초연 당시 75분에서 110분으로 대폭 늘어났다.

21명의 배우들이 부채를 들고 펼치는 격정적인 퍼포먼스는 ‘적벽’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볼거리 중 하나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출연 배우들의 ‘합’도 이제는 수준급이 됐다. 그러나 ‘적벽’의 진짜 재미는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살린 장면들이다. ‘적벽가’의 눈대목 중 하나인 새타령, 군사점고는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살려 웃음을 선사한다.

배역 설정에서 남녀의 성별 구분을 없애는 이른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한 점도 주목할 부분 중 하나다. 제갈공명, 조자룡, 정욱, 주유 등 주요인물들을 여성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어색함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1명의 소리꾼이 다역을 연기하는 판소리의 본질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공연에는 조조 역을 전통예술계가 주목하는 2명의 소리꾼이 함께 맡아 눈길을 끈다. 창작그룹 희비쌍곡선 음악감독 겸 배우이자 뮤지컬 ‘아랑가’에 참여해 뮤지컬 마니아에게도 친숙한 박인혜, 음악극 ‘적벽’의 주역이자 최근 판소리 밴드 이날치 멤버로도 활동 중인 안이호가 그 주인공이다. 골라보는 재미까지 갖춘 ‘적벽’은 공연의 성장, 나아가 전통예술의 변화까지 함께 경험할 기회다. 공연은 오는 4월 5일까지.

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조조 역의 소리꾼 박인혜(오른쪽)(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조조 역의 소리꾼 안이호(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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