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싱가포르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그랩(Grab)’과 인도네시아 고젝(Go-Jek)(사진=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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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대한민국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이끄는 주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최신 해외 중소기업계 동향과 분야별 이슈를 쉽게 정리하는 <김호준의 中企탐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의 진화 양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201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시아에서는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급증하는 벤처투자사(VC)의 투자자금이 이 지역의 스타트업 열기를 보여주죠.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2012년 3억달러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109억달러까지 늘어나면서 일본의 9배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전 세계 VC 투자액에서 동남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3.9%(2018년 기준)로, 미국(38.6%)·중국(27.0%)과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스타트업 설립이 활발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이 가장 많은 곳은 싱가포르입니다. 발달한 금융 인프라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싱가포르 다음으로 유망 스타트업이 많은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000명의 큰 시장 규모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교통, 전력, 금융 등 여러 분야에 과제가 많다는 점도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4년 3개에 불과했던 동남아시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2019년 7월 기준 8개로 증가했습니다. 본사 소재국별로 보면 인도네시아가 5곳, 싱가포르가 2곳, 필리핀 1곳입니다. 전 세계에 450개 이상의 유니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적은 숫자이지만,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차량공유서비스 스타트업 그랩(Grab)은 추정 평가액 143억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시 차량 공유로 시작해 음식 배달, 금융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고젝(Go-Jek)은 100억달러로 17위를 차지하며 높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유니콘이 주목받는 이유는 유니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입니다. 그랩은 2012년 설립 후 2014년 유니콘이 됐고, 필리핀 건축 스타트업 ‘레볼루션 프리크레프티드’(Revolution Precrafted)와 전자결제 앱을 제공하는 ‘오보’(OVO)도 설립 후 2년 만에 유니콘으로 성장했습니다.
 | 필리핀 건축 유니콘 기업 ‘레볼루션 프리크레프티드’(Revolution Precrafted)에서 판매하는 고급형 모듈러주택 (사진=레볼루션 프리크레프티드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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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동남아시아 유니콘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스타트업을 적극적 인수한다는 점입니다. 고젝은 2016년 이후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소위 ‘슈퍼앱’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죠. 디지털 기술을 구사하는 스타트업에게 우수한 인재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이를 잘 알고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죠.
아울러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간 거래(B2B)도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패션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질링고’(Zilingo)는 당초 패션으로 특화한 B2C 마켓플레이스 운영을 해왔지만, 그곳에 출점하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주들이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경영자원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목, 이들에게 △재고관리시스템 △월경(越境)대응 물류시스템 △매출 분석 △기술 지원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B2B 마켓플레이스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링고는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0대 혁신 기업 1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 유니콘 기업 10개를 보유한 어엿한 ‘유니콘 강국’ 반열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장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잘 지켜보면서, 향후 지원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