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보릿고개 구제 나섰지만…빠진 증권사 유동성 걱정 `여전`

채안펀드·산은 기은 매입 CP에 증권사 발행 CP 빠져
신용보강한 PF ABCP도 제외…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한기평, 증권업 `부정적` 하향…대규모 자금부담 가능성
  • 등록 2020-03-30 오전 12:01:00

    수정 2020-04-01 오전 11:21:06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기업들이 분기말 자금수요로 인한 보릿고개를 수월하게 넘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30일부터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을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에 호평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매입대상 CP에 증권사가 발행한 CP나 증권사가 지급보증(신용보강)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제외한 영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증권사 CP·PF ABCP는 매입대상 제외”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CP, 전단채, 여전채를 매입한다. 여전히 경색된 단기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조치로 매입규모는 3조원 수준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시장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되기 이전인 30일부터 산은·기은 등이 CP 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증시 외국인 자금동향, 회사채 CP의 등급별 발행 및 상환 추이 등을 정량적·정성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일 점검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신보 공동 CP 매입기구 신설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 한 운용사 관계자는 “20조원 채안펀드를 발표만 하고 지켜보던 금융당국이 적극 나선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전반적으로 시장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A2 이하 등급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4월 2일부터 가동되는 채안펀드는 물론 이번 CP 매입 대상에서 증권사 발행 CP나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CP는 모두 제외돼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무제한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에 나서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지만, 단기금융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며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신용위험으로 번질지 여부는 4월 초 CP금리의 반락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 조치 발표한 26일에도 A1 등급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2.04%로 2015년 3월(2.13%)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섰다. 27일에도 0.05%포인트 오른 2.0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 발행 CP나 증권사가 신용보강에 나선 PF ABCP 등은 채안펀드나 산은 등의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 등 종합IB 등급하향 가능성 ‘고조’

금융당국이 무 자르듯 증권사 지원엔 선을 긋고 있지만, 신용평가업계와 크레딧 업계에선 증권사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PF대출 유동화증권(ABCP)은 26조7000억원이 발행됐다. 이중 증권사 신용공여가 전체 발행금액의 48.4%인 12조9228억원에 달했다. PF ABCP의 경우 만기까지 3개월 단위 차환발행이 안 될 경우 신용공여한 증권사들이 무조건 떠안아야 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5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가 증권업에 중대한 하방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증권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안나영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을 포함한 주요 투자자들이 자산매입을 기피하면서 롤오버(차환)를 이어오던 금융상품 차환이 원활하지 않다”며 “통상 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되는 유동화증권(ABCP·ABSTB)의 시장 소화가 어려워질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동성갭(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 대비 우발채무 부담을 비교하면 메리츠종금증권(008560),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030610), 유진투자증권(001200), IBK투자증권의 부담이 크다. 특히 메리츠, 하나, 한국 등 3사는 우발채무가 유동성 갭보다 커 유동성 부족(Shortage)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안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은 각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이라며 “단기성 자산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 유동성 부채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고, PF ABCP 등 유동화증권 차환이 안될 경우 대규모 자금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하나금융투자는 대규모 유상증자(5000억원) 및 선순위채 발행(5000억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도 3640억원의 보완자본 발행으로 일정수준 유동성이 보완됐다고 덧붙였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발생도 일시에 대규모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증권사에 큰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업 자체 헤지 원금비보장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ELS 24조원, DLS 9조원 등 총 33조원으로 자기자본대비 64.1%에 달해 헤지 부담이 과중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016360)의 자체헤지 ELS잔액이 약 6조원으로 가장 크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006800)가 각각 4조원, 3조원 수준이다. 초대형 IB 5개사 비중이 전체 증권업 발행잔액의 75%를 차지하며 대형사에 부담이 쏠려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은행에 도입했던 자본확충펀드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의 국고채 직매입과 더불어 불안정성이 높아진 자본시장에서 버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과거 브로커리지만 수행하던 증권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정부정책에 맞춰 급성장한 만큼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당국이 (유동성 지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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