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북극]⑦다시 보고 싶은 오로라

권오철 사진작가, '오로라 헌팅' 경험기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
싸움이 싫어 혹독한 자연에 순응해 사는 북극권 사람들
극한 환경에도 가치있었던 경험
  • 등록 2021-07-30 오전 6:00:00

    수정 2021-07-30 오전 6:00:00

<북극 지방은 백야가 나타나는 북위 66도 33분선 지역부터 북극점까지의 지역을 뜻합니다. 거대한 빙하, 혹한과 눈폭풍이 지배할 것 같은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기후변화에 극심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극의 변화는 인류 공동 대응을 요하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자원과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블루오션’(Blue Ocean)인 셈입니다. 파란 북극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이유입니다.

지금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우리의 갈 길에 대해 이데일리가 8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합니다.>

배 뒷부분에서 본 오로라. 오로라의 춤이 격렬해지면 세로의 결이 보이는데, 마치 피아노 건반을 걸어놓은 것 같다.
[글·사진 = 권오철 사진작가] 북극권, 그 춥고 황량한 동네에 뭐 볼게 있다고? 천만에. 인간이 자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경이로움인 오로라가 있다. 북극의 차가운 밤하늘을 형광빛으로 물들이는 빛의 춤은 죽기 전에 한 번은 볼 가치가 있다.

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해서 극지방을 참 많이 돌아다녔다.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에도 십여 번, 아이슬란드에도 두 번, 노르웨이에도 한 번.

그 수많은 여행에서도 북극권을 넘어가본 적은 솔직히 딱 한 번이다. 북극권, 그러니까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겨울에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일어나는 한계선은 북위 66.33도. 오로라의 수도로 불리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북위 62도고, 아이슬란드도 본토는 아슬아슬하게 북극권 한계선 남쪽이다. 노르웨이 남쪽 항구도시 베르겐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북쪽 끝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서야 바다 위에서 북극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북극권으로 향하는 항로는 매우 아름답다. 수 만 년 동안 북극권의 빙하가 조금씩 흐르면서 바위를 깎아 만든 피오르 협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엘사가 등장하는 ‘겨울왕국’의 배경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겨울철이라 오후 2시면 해가 수평선 아래로 넘어갔다. 그러다 점점 해를 보기 힘들어진다 싶으면 어느새 북극권이다. 해가 뜨지 않아도 낮에 완전히 깜깜해지진 않는다. 수평선 아래 가까이에 해가 있어서 여명 상태가 몇 시간씩 계속되다 어둠에 묻힌다.

유럽 대륙의 북쪽 끝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의 노드캅(Nordkapp)에 도착한 후 찍은 기념사진. 북극권이기에 여름밤에는 해가 수평선으로 내려오다가 도로 올라간다. 겨울이었기에 해가 뜨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북극권에 왔다고 서양 용왕인 넵튠 분장을 한 선원이 추위를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는 대구 지방 기름을 한 숟갈씩 먹여준 뒤 목 뒤 옷 틈에다 얼음 덩어리를 한 웅큼 집어넣었다. 날은 계속 흐리고, 바다 위에 표식도 있을 리 없으니 북극권에 왔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이 병 주고 약 주는 이벤트 덕분에 진짜 북극권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런 유치한 이벤트에도 유쾌하게 맞장구 쳐주는 것이 북쪽 사람들이다. 험한 자연과 싸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매우 평화롭다. 이누이트와 같이 북극권에 사는 사람들이 따뜻한 남쪽나라를 마다한 이유는 아마도 전쟁을 피해서였을 것이다. 혹독한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북극권의 겨울은 밤이 계속되어 관광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 이 비수기에 배를 탄 사람들 중에는 마실 나온 현지인들도 있지만 행선지 없이 오로라가 목적인 사람들도 꽤 많다. 이들을 위해 천문학자가 같이 타서 오로라 강좌도 열린다. 하지만 정작 오로라를 만나는 건 운이 좋아야 한다. 북극권의 배 위에서 맞는 밤바람이 엄청 차가울 것 같지만 의외로 제주도의 겨울 보다 따뜻했다. 적도의 따뜻한 바닷물이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지구의 열을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차가운 북극의 공기와 만나 구름을 만들고 수시로 비를 뿌려댄다. 특히 겨울철은 비오고 흐린 날이 이어지다보니 오로라 만나기는 너무나 힘들다.

배를 탄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드디어 오로라를 만났다. 구름 틈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더니, 어느새 강렬한 빛이 온 하늘을 휘감기 시작했다. 선내에 방송이 나왔고, 다들 맨 위 갑판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하늘을 가득 채운 빛의 소용돌이를 보며 탄성을 질러댔다. 오로라는 그 밝기와 색이 매우 다양한데, 그날의 오로라는 최고 등급인 오로라 폭풍이었다.



여행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번 가보면 끝인 여행과, 다시 찾게 되는 여행. 북극권의 바다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구름 위에는 언제나 오로라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배 앞머리 쪽에서 본 오로라 거의 끝나갈 무렵다. 별들이 초롱초롱하고 오로라가 빛난다. 배의 흔들림이 거의 없어 몇 초간의 노출에도 사진이 잘 나왔다.


<파란북극 시리즈 연재 순서>

그래픽=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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