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통째로 가두고 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탈진실(post truth)’이 확산되고 급기야 여성인권 마저 무시하는 ‘선동적 벽화’마저 출현하며 민심을 더욱 혼탁하게 한다.
올해는 한국이 57년 만에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회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이 속한 개도국 A그룹에서 미국 등이 속한 선진국 B그룹으로 공인 받아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경제 선진국’으로 올라선 첫 해이다.
3년 전 한국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전략적 진보가 가능한가’라는 주제 토론이 기억난다. 발제자 최진석 교수는 우리가 그간의 전술적인 진보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만의 패러다임으로 성장하며 판을 짜는 ‘전략국가로 건너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하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경고와 함께였다. 이후 최진석 교수는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나아가려면 우선 책읽기로 지식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말 새몸짓,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선진사회의 자기계발서들은 ‘독서량은 부와 비례한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실제로 빌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글로벌 리더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고, 일류대 졸업장보다 독서를 더 중시한다. 창의성, 지식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의 경쟁력 또한 풍부한 독서, 그리고 이에 바탕한 독창적인 새로운 리더십과 경영을 추구한다. 우리 사회의 존경 받는 리더들도 독서는 공통적인 경쟁력이다. 얼마 전 국내 대형서점 반디앤루니스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했다는 뉴스는 우리의 독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다.
언제나 그랬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절은 늘 있었다. 이념과 진영의 율법에 갇힌 권력층 및 일부 지식인 집단의 궤변논리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우리가 선도국가로 건너가려면 ‘생각하는 힘’이 절실하며, 이것이 ‘탈진실’의 장애를 넘을 수 있는 힘이다. ‘생각’은 ‘독서‘에서 나오며,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지성적 국가로 갈 것인지 야만의 ‘탈진실‘에 머물 것인지를 가늠한다.
“남의 진실함은 취하고, 우직함은 용서하며, 남의 순박함은 취하고 어리석음은 용서하라.”
사상 초유의 뜨거운 여름, 겨울 한복판의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