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한국의 피오르드"…3가지 아름다움 품은 힐링 마을

[가고,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 만들기]
천혜의 아름다움 간직한 남해 바닷가
한려해상공원 회유한 맛깔나는 생선
미륵보살 전설 담긴 유서 깊은 고장
  • 등록 2021-09-27 오전 7:04:00

    수정 2021-09-27 오전 7:04:00

이데일리는 해양수산부,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함께 ‘가고,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 만들기’ 연속 보도를 시작합니다. 누구나 가서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을 발굴·소개하고, 농어촌 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취지입니다. 기획연재 첫 번째로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남해군 어촌마을을 소개합니다.

[남해(경상남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12km. 세종에서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항까지 거리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최단 거리로 가도 자동차로 3시간 남짓 걸린다.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는 장거리다. 누가 남해의 최남단 국가어항 미조항까지 올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지난 24일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 따사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그런데 2시간 남짓 달려 사천시까지 오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사천시 삼천포 대교를 건너 초양도, 창선도를 지나 남해군 삼동면에 오니 그림 같은 화폭이 나왔다. ‘독일마을’이 있는 삼동면 물건리부터 미조항까지 15km 안팎 되는 해안도로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면서 천혜의 아름다움을 가진 남해바다가 숨바꼭질을 하듯이 다른 모습으로 숨었다 보였다를 반복했다.

“가슴으로 밀려오는 아름다운 바닷가”

“동해 바다는 탁 트인 풍경이지만 변화없는 바닷가를 계속 보는 느낌입니다. 서해 바다는 석양이 아름답지만 쓸쓸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남해 바다는 달라요. 수많은 섬을 지나가면서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이 가슴으로 밀려옵니다. 해안도로 오시면서 이미 느끼셨지요?”

남해 미조항 모습.


미조항에서 평생을 살아온 송호경(70)씨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남해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특히 그는 미조항은 남해의 3가지 아름다움을 품은 ‘3미(美)의 고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산으로 손을 이끌었다. 망산에 오르자 푸른 바다와 해송,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송 씨는 “어머니가 양팔로 미조항을 품어주는 부채꼴 지형”이라며 “망산에서 바다를 보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망산 주변에는 미조항을 비롯해 힐링을 위한 아름다운 공간이 곳곳에 있다. 미조항부터 설리마을·송정해수욕장·상주은모래비치까지 남해의 절경과 어촌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미조항에서 보이는 조도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해안을 잘라 놓은 것처럼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미조항 인근 ‘용화수’가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조도(오른쪽 섬)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남해 멸치쌈밥. (사진=한국관광공사)
두 번째는 미각(味覺)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이다. 미조항은 섬진강 끝 줄기의 천혜 황금어장으로 알려진 광양만과 근접해 있다. 미조항은 1971년에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어항으로 지정돼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아침 7시에는 남미조항의 수협 위판장에서 활어 거래가 이뤄진다.

송 씨는 “일제시대에는 ‘미조 앞바다를 회유한 생선이 제일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며 “지금도 깨끗한 섬진강과 남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좋은 영양염류가 많은 남해의 회 맛이 확실히 다르다”고 귀띔했다. 멸치잡이가 한창인 매년 5월에는 굵은 소금을 뿌려 통째로 숯불에 구워먹는 웃장멸치구이, 바다의 향이 느껴지는 시금치생멸치국을 제철 음식으로 맛볼 수 있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치유의 공간”

세 번째는 미륵(彌勒)보살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 미조항이다. ‘미륵(彌勒)이 도왔다’는 뜻의 미조(彌助)항은 마을 사람들에게 ‘미륵 부처가 깨달음을 얻어 성불한 고장’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조항 인근에는 마을 사람들이 미륵불이 성불한 ‘용화수’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있었다. 미조항 인근 가파른 절벽에 하늘 위로 가지를 뻗어 있는 수령 800년 가량된 소나무다.

절벽 아래에 있는 ‘용화수’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마을 사람들은 출어할 때나 근심이 있을 때 이곳을 찾았다. 미조항이 환하게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최영 장군의 사당 무민사도 마을 사람들이 출어할 때 찾는 곳이다. 특히 과거에는 태풍으로 어선이 전복되거나 미조항 마을까지 바닷물이 차올라 재난이 많았다. 제대로 된 방파제도 없다 보니 마을 주민들이 자연재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것이다.

미조항이 환하게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최영 장군의 사당 무민사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미조항이 국가어항으로 지정되고 해양수산부 등 정부 지원이 잇따르면서 지금은 이 같은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15년에는 해수부의 ‘국가어항 레저관광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미조항을 ‘아름다운 어항’으로 육성 중이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면서, 휴식·치유를 위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하는 시도다. 송 씨는 “바다는 어업인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생계의 터전이면서, 모든 것을 품어주는 힐링을 위한 공간”이라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남해 바다의 아름다움이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민사에 있는 오래된 조각상. 누군가 무민사에 있는 조각상을 훔쳤다가 뉘우치고 되돌려 놓았다고 한다. (사진=최훈길 기자)
한 어린이가 지난 24일 북미조항에서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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