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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무원에 세 가지가 없다…퇴출제로 생산성 높여야"

[공직사회 혁신하라]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비전·전문성·도전정신 없는 공직사회 문제
일자리·국가경쟁력 위해 공직도 혁신해야
‘회전문’ 순환보직 개혁해 우수 인재 키워야
일 잘하면 파격 보상, 철밥통엔 퇴출제 적용
  • 등록 2021-12-07 오전 6:49:00

    수정 2021-12-07 오전 6:49: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눈앞의 표를 잃더라도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하고 순환보직을 개혁했으면 합니다. 퇴출제 도입과 순환보직 개혁이 우리 정부의 인사를 혁신하는 핵심입니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사진=이데일리 DB)


성균관대 특임교수인 삼성 출신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6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전국 최고의 인재들인 공무원들이 왜 철밥통이라는 말을 듣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는 세계와 경쟁해 글로벌 대기업이 탄생했는데 공공영역은 그렇지 못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도 혁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전·전문성·도전정신 없는 공직사회

우선 이 전 처장은 “현재 공직사회는 3가지(비전, 전문성, 도전정신)가 없다 보니 정부가 하는 일이 민간에 비해 한 박자 느리기 일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사처 재직 시절에 가까이서 관찰한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라면서도 “이 3가지가 없어 공직사회에서 이들의 뛰어난 자질과 잠재력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처장은 “공무원들이 장기적인 비전 없이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주어진 일에만 매몰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공직사회는 힘들게 입직한 우수한 인재들이 업무 전문성을 키우는데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재인 공무원들이 비전과 꿈을 꾸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어둡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전 처장은 “나랏일을 맡아보는 공무원들이 장기적 비전, 전문성, 도전정신이 결여돼 있다는 것은 위험한 신호”라며 2가지 원인을 짚었다. 우선 순환보직 문제다. 순환보직은 공무원들이 주기적으로 부서를 바꿔 여러 직무를 맡는 것이다. 1~2년씩 자리를 옮겨 폭넓은 경험을 하게 하고, 민관유착을 방지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전 처장은 순환보직이 사실상 회전문 인사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을 상대하는 민간 인사들의 전문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많은 분야를 조금씩 경험한 공무원의 전문성이 민간과 시너지를 내는 데는 분명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처장은 “공무원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다는 것도 순환보직의 폐단”이라며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데도 공무원들이 손에 피 묻히는 일은 미루게 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순환보직이 오히려 민관유착을 유발한다는 게 이 전 처장의 지적이다. 그는 “여러 보직을 옮겨 다니느라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공무원은 퇴직 후 전관예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관피아(관+마피아)의 뿌리에 순환보직 제도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와 경쟁하는 韓 기업, 정부도 혁신해야”

이 전 처장이 제시한 해법은 두 가지다. 우선 투트랙 인사관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기획통·세제통·인사통처럼 전문가 중심의 인재를 양성하는 트랙과 창조형 인재를 선발해 핵심 리더로 키우는 투트랙 기조로 가자”고 제언했다. 전문성이 중요한 핵심 직위를 선정해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한우물을 파도록 하고, 장·차관 등 리더로 키울 인재는 다양한 보직을 맡도록 인사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공무원 퇴출제 도입도 이 전 처장이 생각하는 해법 중 하나다. 그는 “일 잘하는 공무원을 위해서는 보상을 파격적으로 하되, 퇴출제로 공무원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철밥통이 아니라 퇴출제 도입으로 정부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공무원 정원이 늘면서 우려되는 미래 세대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에 따라 임기 내에 17만4000명 공무원 증원에 나섰다. 현장 공무원들을 증원하면서 기존 행정직 공무원 구조조정은 없어, 재정 부담은 커진 상태다. 인사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평균 월급(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535만원(세전소득·연 6420만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는 총 61조2000억원, 군인연금 적자는 총 33조2000억에 달한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적자 폭만큼 국가재정에서 전액 지원해야 한다.

이 전 처장은 “대한민국이 세계 1등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며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승리해 1등 기업이 되려면 정부가 뒤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 시작은 공직사회 인사혁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4월29일 관보에 올해 공무원 월급(2021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을 535만원(세전소득·연 6420만원)으로 고시했다. 이는 연중 휴·복직, 신규 채용을 제외한 지난해 연간(1월1일~12월31일) 계속 근무자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단위=만원. (자료=인사혁신처)
지난해 전체 공무원 정원이 113만명을 넘어섰다. 단위=명 (자료=행정안전부 행정안전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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