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일지매①]'옛것 버리고 동시대를 품다'...'일지매' 성공요인 세가지

  • 등록 2008-07-23 오후 3:00:26

    수정 2008-07-23 오후 3:44:14

▲ '일지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그때가 조선 중기였을 거다. 한 사내가 있었다. 아니 사실은 있지 않았다."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극본 최란, 연출 이용석)의 시놉시스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해 "왕이랍시고 양반이랍시고 꼴값을 떠는 작자들을 시원하게 혼내주는 멋진 사내가 백성들의 꿈속에 살고 있었다"며 서두를 연다.

24일 막을 내리는 드라마 '일지매'는 조선 중기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양반들의 권세와 탐관오리들의 학정에 맞서 서민들의 영웅으로 부상한 의적 일지매(이준기 분)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온 에어' 후속으로 지난 5월 21 첫 방영된 '일지매'는 첫 회부터 동시간대 경쟁드라마였던 MBC '스포트라이트'와 KBS 2TV '아빠 셋 엄마 하나'를 보기 좋게 제치고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차 주목을 받았다. 이후 7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일지매’는 종영을 2회 앞둔 18회(27.8% TNS미디어코리아)까지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안방극장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데일리 SPN에서는 ‘일지매’ 종영에 맞춰 ‘일지매’가 1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수요일과 목요일 안방극장의 '유아독존'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는지, 그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기자와 영웅'...시청자는 영웅을 택했다

'일지매'가 방영되기 일주일 앞서 MBC는 방송사 보도국을 배경으로 사회부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먼저 방송했다.
 
손예진과 지진희를 앞세운 '스포트라이트'는 각종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들의 일상과 애환 및 사랑을 담은 드라마로 상반기 MBC의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은 기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파헤치고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기자였지 서민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영웅은 아니었다.

펜을 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과 비교했을 때 '일지매'는 달랐다. 첫 회부터 구중궁궐의 담을 뛰어넘는 일지매의 활약상을 선보인 '일지매'는 기본적으로 '한국형 영웅담'을 모티브로 기획됐다. '일지매'의 시놉시스에서 일지매에 대해 '돈도 가지고 법도 가지고 무력도 가진 그들을 조롱하고 혼내던 그 사내'라고 밝힌 것처럼 일지매는 칼을 들고 힘 있는 자들에게 맞서는 영웅 캐릭터였다.

언론이 권력과 비리에 맞서 아무리 파헤치고 고발을 해도 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되는 현실에서 시청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는 일종의 동어반복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 '일지매'(사진=SBS)

반면 '일지매'는 '못된 놈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해보자'며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지라도 최소한 속은 후련하지 않을까?'라는 기획의도부터 '스포트라이트'와 차별화 됐다.
 
즉, ‘일지매’는 권선징악을 통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일지매’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조정의 관리들이 꼭 정치인들 같아서 매번 복수 할 때마다 통쾌했거든요”(ID tasiro**), “매일 뉴스 보면서 이를 갈았는데...다행히 ‘일지매’에선 일지매가 계시니 통쾌하게 복수해주시겠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ID dlle**), “아수라장이 된 세상 시원하게 한판 눕혀주시오”(ID ekgml19**) 같은 의견들이 올라온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SBS 드라마국의 김영섭 CP는 “시청자들은 현실이 답답할수록 거침없는 영웅적 캐릭터에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에 ‘일지매’ 만큼 불의와 부패로 물든 현실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해소시켜준 캐릭터는 드물었다”고 '일지매‘의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현실의 반영...동시대와 호흡하다

퓨전사극을 표방한 ‘일지매’는 여타의 정통사극들보다 역사적 고증에서 자유로웠다. 물론 ‘인조반정’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지만 일지매라는 주인공 자체가 정사에 기록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덕분에 ‘일지매’는 2008년 5월부터 7월 초까지 대한민국의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같은 동시대의 문제들을 드라마 속에 용해시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 주인공 용이가 궁궐 밖에서 격쟁을 벌이던 장면(사진=SBS)
 
6월 12일 방영된 8회에서 주인공 용이가 억울한 일들을 당한 사람들을 모아 임금이 있는 대궐 앞에서 격쟁을 벌이는 장면을 비롯해 7월 3일 방영된 13회에서는 청나라 칙사의 아들 정치홍의 음주 승마로 목숨을 잃은 어린 양순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한 백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관군과 대치한 백성들의 모습이 마치 촛불집회에 나선 국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의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

연출을 맡고 있는 이용석 PD는 이에 대해 "궁궐 격쟁이나 청 사신관 앞 백성들의 봉기는 지난 해 기획 단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저로서는 드라마와 현실이 비슷해진 게 씁쓸하다"고 밝혔다. ‘일지매’의 현실풍자가 2008년 5월과 6월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동시대와 호흡하는 드라마라는 인상을 남겼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요즘 촛불집회를 잘 대변해 주셨습니다. 국민들 민심을 잘 풍자해 보여①주셔서 속이다 후련했습니다”(ID mkc**),“한 달 넘게 계속되는 촛불문화제의 실상과 문제점을 멋지게 패러디한 작가와 감독에 찬사를 보낸다”(ID apsunt**),“현재 촛불집회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ID yh372**)는 의견을 올려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일지매’에 지지를 보냈다.

◇배우들의 열연, 빠른 편집, 극적인 전개...완성도 갖춰  

‘일지매’가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지매’는 후반부로 갈수록 장마철과 맞물려 번번이 야외촬영이 무산되는 바람에 초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종영을 앞둔 24일 오전까지 추가촬영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

대게 이렇게 드라마 촬영이 몰리게 되면 회상신을 빈번히 등장 시켜 드라마의 전개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지매’는 이런 ‘꼼수’를 쓰지 않고 있다. 시청률 상승에 따른 고질적인 연장방송 논의도 애초에 "안하겠다" 며 선을 그었다. 시청률을 위해 드라마의 전개를 늘이지 않고 20부 안에서 드라마를 마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에서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젊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용이의 양아버지인 쇠돌 역을 위해 앞니를 뺀 이문식과 공길아제 역의 안길강, 인조 역을 통해 악역 연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김창완 등은 극을 안정감 있게 받쳐주었다. 대역을 쓰지 않은 채 주인공 일지매와 용이 및 겸이 연기를 동시에 선보인 이준기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밖에 뮤직비디오 못지않은 감각적이고 빠른 편집, 영화OST 부럽지 않은 극적인 드라마 음악 등이 어우러져 드라마의 질을 향상시켰다.

SBS 드라마 국 관계자는 “일지매 제작과 촬영 기간 동안 날씨를 비롯해 CG효과 및 액션 촬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제반 조건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는 매우 높게 나왔다”며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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