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범여권'이라는 희귀현상

  • 등록 2019-06-19 오전 5:15:00

    수정 2019-06-19 오전 5:15: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2020년 4월 15일)이 1년도 채 남지 않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탈당해서 신공화당 창당을 선언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 정계개편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다당제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다당제 실험은 어떻게 될까?

다당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다당제만이 다양한 의견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유럽 국가들과 같이 다당제가 정착된다면, 양당제 보다는 훨씬 다양한 의견이 제도에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의원 내각제 국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냥 다당제만 있어서는 안 되고, 내각제라는 권력구조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다당제를 하면서 내각제를 실시하면, 이른바 연정이라는 것을 통해 군소 정당들도 집권당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소수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제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당제가 유지되더라도 내각제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도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통령제 하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은 대선을 전후로 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당제가 유지되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도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이합집산 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정당이 군소 정당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은 경우가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민주평화당의 경우, 호남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이 높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거나 호남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호남 지역에서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안정적일 수 없다. 이는 지난 대선 이전에 문재인 당시 후보가 호남에서의 지지를 얻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기억해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호남 지역은 언제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의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위험 분산이 최고의 대책이다. 즉 민주당이 평화당과 합당을 할 경우에는 한 몸이 되기 때문에 호남 지지율이 변화할 경우 고스란히 그 타격을 감내할 수밖에 없지만, 평화당을 그냥 밖에 존속하게 놔두고 대신 민주당이 필요할 때 평화당과 연대를 할 수만 있다면 위험 분산이라는 차원과 국정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범여권’이라는 단어를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 여당의 입장에선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범여권’이라는 말은 정말 재미있는 단어다. 대통령제 하에서 여당이면 여당이고, 야당이면 야당이지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어쨌든 범여권이 존재하게끔 환경이 조성된다면 총선에서 여당과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혹은 선거 연대가 이루어지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지난번 재 보궐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야 간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현상’을 목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야당의 사전적 정의는 여당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그런데 총선에서 여당과 범여권의 선거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과연 이들 정당들을 야당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야당도 아닌 것이, 여당도 아닌 것이’라고 부를 만한 정당들이 존재하는 시스템을 과연 다당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이번 총선은 아마도 ‘다당제’ 하에서 치러질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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