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500인분 대신 팔아드려요"…대구 위기 속 SNS 화제

  • 등록 2020-02-26 오전 12:10:04

    수정 2020-02-26 오전 7:14:02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동성로 연어·육회집 매장에 아직 판매 못 한 연어사시미 70접시, 육회 70여 분이 있다고 합니다. 매장 방문 포장하면 육회(150g) 1만3000원어치를 6000원에, 연어 사시미(20피스) 2만원어치를 1만3000원에 드립니다.”

“유창동 고깃집에 아직 고기가 500인분이나 있습니다. 2인분 주문 시 껍데기 1인분, 3인분 주문 시 껍데기 2인분을 주신다고 합니다. 전화 주시면 구워서 포장해주신답니다.”

대구 음식점을 소개하는 페이지로 50만 팔로우를 갖고있는 ‘대구맛집일보’에는 며칠 전부터 성격이 다른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광고비용 없이 판매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한 것.

이하 사진=대구지역 음식점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맛집일보’ 게시물 캡처
지난 21일 해당 페이지는 “지금 동성로 상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듭니다.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식재료도 소비를 하지 못해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라며 한적한 거리 모습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업주님들 직원분들 메시지 주시면 알리고 저렴하게라도 소비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페이지는 대구 전통시장 과일 상인, 쌀국수집, 베이커리 카페, 닭갈비집, 초밥, 고기집 등의 요청을 받아 글을 올렸다. SNS에서 음식 수량, 가격, 배달 여부 등의 정보를 보고 구매를 원하는 이가 식당에게 방문하도록 하는 식이다.

집으로 가져가 데워 먹는 수고를 고려해, 판매가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다수 음식점들은 준비했던 식재료를 소진하면 휴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후 빠르게는 두 시간 만에 해당 식당 음식이 완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움을 요청했던 점주들의 감사 인사도 줄이었다.

쌀국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댓글을 통해 “어려운 시기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기회 주신 대구맛집일보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했다.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파는 한 카페 주인은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나도 놀랐고 감동이였다”라면서 “사태가 진정이 되고 다시 찾아주신 시민분들을 위해 저희가 깜짝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겠다. 모두 무탈하게 봄을 맞으시길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해물칼국수집이 300인분의 조개를 무료 나눔한다는 글이 올라온 후에는 “조개를 조금 가져가시면서 원재료가격보다 비싼 1~2만원씩 기부해달라고 주고가시는분도 계시다고 한다”는 후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 페이지를 운영하는 하근홍(37세)씨는 “지난 메르스 사때에 주변자영업자들이 엄청나게 무너지고 식당들이 폐업하며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번 코로나 역시 자영업자들에겐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월세에 인건비에 힘이 빠지고 준비한 식자재를 팔지 못해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상황인데, 업주들이 마지막 희망만은 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하씨는 “많은 시민들이 단순히 싸게 먹는다는 마음이 아니라 힘든 소상공인들 마음으로 돕고자 음식들을 사주시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응원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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