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고위험 상품에 덜컥 투자…이사회도 패싱

에어부산 작년 금융투자 197억원 가운데 146억원 손해
라임펀드 환매 넉달 전 이뤄진 `실기한 투자`
이사회 및 최대주주 아시아나항공 견제기능 무실
에어부산 "투자손실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인 불가"
  • 등록 2020-03-25 오전 12:11:00

    수정 2020-03-25 오전 7:25:56

한태근(왼쪽) 에어부산 대표이사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와 지난달 10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항공사 에어부산(298690)이 원금 상당수를 날릴 위기에 처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장회사에까지 라임 사태의 마수가 뻗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개인투자자 등에 국한돼 있던 피해가 관련 상장사의 주주로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이로써 라임사태가 새 국면으로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견제장치 작동 안한 에어부산 이사회

24일 에어부산은 지난 19일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결과 14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약 197억원 안팎을 투자해서 171억원은 평가 손실을, 나머지 3억원은 처분 손실을 본 상태다. 다만 23억원 가량은 처분해서 이익으로 확보했고, 이자 수익으로 3억여원을 거뒀다. 수익과 손실을 종합한 결과 146억원 손실이 났다는 의미다.

에어부산의 이같은 손실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의 테티스 2호에 달린 자펀드 새턴 펀드에 투자한 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중단을 공식화하기 약 석 달 전에 이뤄진 투자다. 투자 시기만 두고 보면 침몰하는 배에 막차를 탄 `악수 중의 악수`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이 이들 모펀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결과 회수율이 50.4~78.5% 수준으로 원금 절반 이상을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어부산이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는 별다른 거름망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에어부산의 지난해 1~3분기까지 3개 분기에 걸쳐 이뤄진 이사회 의결 내용 공시를 보면, 금융투자에 관련한 안건은 없다. 공시를 누락했거나, 해당 투자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에어부산의 라임펀드 투자 규모는 회사 재무 상태에 비춰보면 상당한 정도로 평가된다. 투자금 약 200억원은 현재 회사 자산(9850억원) 대비 2%, 자본 총계(1080억원) 대비 18.4%에 해당한다. 2018년 당기순이익(202억원)을 통째로 투자한 것과 같다. 이 정도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판단은 생략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라임펀드는 `안전투자`로 포장한 `고수익·고위험` 상품이었다. 항공 및 물류업을 전문으로 하는 에어부산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감사업무에 밝은 회계법인 임원은 “상장회사가 자기 자산으로 투자하려면 투자 액수와 투자 위험도가 커질수록 의사 결정 위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회사별 기준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사회 관여도가 낮을수록 리스크관리가 느슨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책임론

최대주주 아시아나항공의 책임론도 불거진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에어부산 지분 46%를 취득한 이래 현재까지 최대주주(현재 지분율 44.1%)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에어부산 주요 임원은 아시아나항공에서 건너온 인사다. 한태근 대표이사를 포함해 김이배 전 이사(현 에어서울 사내이사), 김재수 정비본부당 등 주요 임원이 아시아나항공 출신이다.

두 회사의 자본 및 인적 교류를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라임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을 여지가 있다. 자회사의 주요 투자 사항은 보고사항인데다 투자규모가 한해 당기순익에 맞먹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온 한 경영학자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지킨 것이라면 마냥 흠잡기 어렵다”며 “다만 회사마다 갖추고 있는 자체 리스크관리 체계가 얼마나 탄탄한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운송업체 에어부산이 현금을 운용하는 것은 옳지만, 전문영역과 거리가 먼 금융투자 부문에 투자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결과론적이지만 전문적이지 못한 의사결정 탓에 주주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상장사 주주 피해로까지 번지는 라임펀드 사태

라임펀드의 투자 법인이 드러난 것은 사태가 불거진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법인 대부분은 금융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추정해왔다. 라임펀드에 복잡한 금융투자 기법이 얽혀 있는 까닭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이나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이 전문 투자지식이 있거나 투자 결정 과정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금융사 정도일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표면적인 투자 주체(금융사)가 아닌 실질 전주(錢主)가 누구인지는 의문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에어부산이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라임피해 법인 가운데 상장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라임 펀드 투자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 기업가치 하락과 배당여력 축소 등으로 주주가치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결과를 보면,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에 투자한 법인은 581곳(계좌수 기준)이고, 이들이 투자한 총액은 6736억원이다. 라임펀드를 법인에 판매한 판매사는 △신한금융투자(2046억원) △신한은행(1072억원) △우리은행(1046억원) 등 순이다. 이들 세 곳의 판매액(4164억원)은 전체의 61%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에어부산 관계자는 “회사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를 해서 손실을 본 것은 맞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 투자가 이뤄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