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 기능인등급제, 건설 기능인들의 사회적 자리매김이길

김용학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 등록 2021-05-28 오전 5:55:00

    수정 2021-05-28 오전 5:55:00

김용학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김용학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27일부터 건설기능인 등급제가 시행됐다. 건설 기술자 등급에서 초·중·고급과 특급이 있듯이, 건설 기능인에게도 경력과 역량에 따른 등급이 주어지는 제도이다.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고 사회적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일환으로, 독일이나 호주, 일본, 미국 등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그 결과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 기능공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이 일 저 일 해보다 이게 마지막이다 싶은 심정으로 현장에 자리 잡고 살아 온 지 삼십 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일 자체에 흡족한 미래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들 꺼리는 직업이었고, 사회적 멸시까지 더해진 풍토라 평생 업으로 삼아야겠단 생각까지는 못했다. 오늘 당장 식구들 건사할 일이 이 일밖에 없어 택했을 뿐이었다.

현장에 들어와 성실하게 일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한 달 후의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못하면 월급도 줄어들어 계획을 미루기 부지기수였고, 책임자의 노임 횡령으로 통째로 날리는 경우엔 겨우겨우 들어놓은 보험이며 적금까지 꺼내 써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또 하려고 한들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는 우리 건설 기능인들에겐 참으로 고단한 삶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같이 시작했거나 같은 또래의 건설 기능인 모두가 자식들 대학 공부를 시키고 집을 샀다는 것이다. 거기에 몸에 벤 기능으로 퇴직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참이나 대단하다. 이렇듯 우리 건설 기능인들에게도 훈훈한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기능이 숙련되는 만큼 이론의 체계도 함께 갖출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었더라면 지금쯤은 무식쟁이 기능인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막 현장에 입문했을 때는 기능 연마와 체력을 기르는 데 게을리 말아야 하고, 팀장 정도 될 무렵이면 꼼꼼히 적고 정리하는 컴퓨터 활용법과 도면 익히기 그리고 재료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공정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공정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내가 맡은 일의 크기에 따라 그만큼의 사람을 품고 있어야 가능한 일로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다음으로 시공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공계획서에는 시공은 물론 안전, 환경, 품질에 대한 전반의 계획을 담는 것으로, 기능과 지식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그간에 쌓은 인적·지적 역량으로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 기업의 대표까지. 이 모두 우리 기능인들이 해내야 한다.

건설기능인 등급제는 이렇듯 각 등급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갖춰야 할 소양을 분명히 하고, 노력을 하게 함으로써 그에 걸맞은 보상이 함께 따라와 우리 기능인들의 삶을 한 단계 오르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기능인 스스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사회적 성장의 사다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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