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2년부터 KDI에서 재직해 온 박 교수는 기획예산처 행정개혁팀장,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2018~2019년에는 초대 국회 미래연구원장을 지내며 정부 개혁, 사회 갈등 조정 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에는 국가 개혁을 위한 100가지 질문과 그의 답을 담은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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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재인 정부가 분배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한 탓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노동분배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옳았지만, 이를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일자리 수가 줄면 오히려 노동분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인정하지만 그 수단으로 시장을 존중하지 않아 추구하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시장을 존중하는 것은 분권적 국가 운영 방식의 결정판”이라며 “시장만큼 개별 주체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충실하게 의사결정을 이루는 장이 없는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회적 갈등 완화를 위해서 국회의 결정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행정부 내의 결정은 대통령의 생각을 관철하기 쉽지만 국회는 기본적으로 여야가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예를 들어 원전 폐기 문제와 같은 경우 5년 임기의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국회에서 합의를 이루도록 결정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면서 ‘내 뒤에는 나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의 지지는 시시각각 변한다”며 “또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의견도 국정 운영에 반영되어야 하는 만큼 국회에 권한을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국민 반발이 심해 여야 합의로는 결정이 어려운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호봉제 개혁과 같이 국민들이 달가워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개혁에 국민을 참여시키면서 끌고 나갈 수 있는 게 리더십의 핵심”이라며 “호봉제 개혁을 예로 보자면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년 연장과 함께 추구하는 식으로 개혁을 위한 전략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다음 정부가 임기 초반에 사회에 필요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노동시장의 호봉제 폐지를 위해 정부가 모범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인데 다음 정부가 추진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이를 어젠다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