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한지가 세운 산, 마른 흙이 파낸 골 '선묘풍경'

△필갤러리서 '바라보다…' 전 연 작가 이기숙
돌고 도는 자연리듬 선과 점으로 드러내
한지와 흙 재료로 색 입히고 긁어내기로
투박하지만 온화한 숨 깊은 화면 만들어
  • 등록 2021-09-22 오전 8:52:40

    수정 2021-09-22 오전 8:52:40

이기숙 ‘선묘풍경’(Scenery of Lines·2021), 캔버스에 한지·흙·채색, 60×75㎝(사진=필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선은 산이고, 수직선은 하늘이다. 그러니 수평선은 물이겠지. 이보다 단순하고 이보다 선명한 표현이 또 있을까. 굳이 산색, 하늘색, 물색을 뿌려대지 않아도 말이다. 어떤 채색보다도 명쾌한 ‘선묘풍경’(Scenery of Lines·2021)이 아닌가.

작가 이기숙은 끝없이 돌고 도는 자연의 리듬을 선과 점으로 드러낸다. 물론 그 선과 점이 색을 머금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조차 가장 정제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칠했다기보다 심었다고 해야 할 듯해서다. 덕분에 튀지 않지만 강렬한, 투박하지만 온화한 숨 깊은 화면이 만들어지는 거다.

작가가 즐겨 쓰는 재료가 한몫 한다. 한지와 흙이다. 방식은 이렇단다. 흙과 물, 수성바인더를 섞은 한지를 캔버스에 얇게 바른 뒤 젖은 상태에서 먹·분채로 색을 입힌다. 이후 본격적인 ‘긁어내기’ 작업에 돌입하는데, 이때 찢어지고 남은 한지의 섬유질이 말라가며 산을 세우기도, 골을 파기도 하는 거다. 선묘풍경의 시작이다.

“내 그림에서 물감이 칠해지지 않은 공백은 없지만 다른 형상들이 틈새를 만드는 그 공간은 보여주려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희한하게도 그 빈 공간에선 뭔가 자라는 중이다. 꼼지락 사부작 연신 흔들리고 부딪치면서.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바라보다…’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이기숙 ‘선묘풍경-4월’(Scenery of Lines-April·2021), 캔버스에 한지·흙·채색, 120×120㎝(사진=필갤러리)
이기숙 ‘선묘풍경-저 멀리’(Scenery of Lines-Far away·2021), 캔버스에 한지·흙·채색, 65×91㎝(사진=필갤러리)
이기숙 ‘선묘풍경-비와 눈물’(Scenery of Lines-Rain and Tears·2021), 캔버스에 한지·흙·채색, 72×90㎝(사진=필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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