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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축협 대출 자산 규모는 299조5525억9600만원으로 연말 대비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가율 기준 6.4%로 같은 기간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2.8%)을 상회한다. 신용협동조합의 대출 잔액 증가율도 높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협의 대출잔액은 84조9957억원으로 연말 대비 7.79%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축협이나 신협 대출은 은행보다는 높지만 저축은행 등 일반적인 2금융권 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해 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면서 “최근 저금리 추세와 1금융권 대출 규제에 따라 이곳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풍선효과다. 은행 대출을 못 받거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고신용자들이 농축협과 신협 등을 이용하면서 정작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과 서민들이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용자들이 상호금융에 몰리는 현상은 연도별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2등급 대출자의 비중은 19.71%(11조2886억원), 2019년에도 21.41% 정도였다. 코로나19 위기가 발발하고 금융 당국의 1금융권 규제가 시작되던 2020년엔 26.75%까지 늘어난 뒤 올해 들어선 46.53%까지 폭증했다.
민형배 의원은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규제 목표달성이 실패하고 오히려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곳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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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규제로 1금융권 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각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렇지 않은 은행에 대출이 쏠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주담대 대출 취급을 잠정 중지하자 KB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다.
국내 최대 가계은행인 KB국민은행은 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연말 대비)은 지난 9월 23일 기준 4.31%까지 오르면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연간 기준선 5% 턱밑에까지 이르렀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연내 5%를 넘길 수 있다.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우선적으로 줄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또다른 대출 실수요자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상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2금융권 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서 “한계 차주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의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분석하고 부실 채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