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는 취향…'어메이징'한 경험 선사하는 브랜딩 먹혔죠"

[인터뷰]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해외 근무로 다양한 맥주 접하며 창업 결심
직접 개발 50여종 수제맥주로 '놀라움' 제공
성수동 브루어리 매장, 입소문 타며 '핫플'
캔맥주 생산설비 늘려 가정 주류시장 진출↑
  • 등록 2021-12-03 오전 7:00:00

    수정 2021-12-03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수제맥주는 ‘취향’입니다. 저처럼 술이 세지 않은 사람들도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죠. 회사명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mazing Brewing Company)로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태경(42·사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창업·경영 스토리를 풀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가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며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 2016년 설립한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업체다. 그해 4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약 200㎡ 규모의 작은 지역 브루어리(양조장) 겸 맥주홀 매장인 ‘어메이징브루잉 성수동 본점’이 문을 열었다. 개점과 함께 이른바 ‘성수동 수제맥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수동 핫플’(핫 플레이스·유명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해 연 매출 약 40억원에서 창립 5년 만인 올해 100억원(전망치)으로 급증하며 수제맥주 업계 3~4위권 선두 업체로 급부상했다.

김 대표는 사업 성장 비결로 ‘수제맥주에 대한 진심’과 ‘놀라운 고객 경험’을 꼽았다. 다이내믹했던 그의 이력과 매장 운영 전략 등 경영 철학이 이를 잘 방증하고 있었다. 그는 “맥주 사업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닌, 그 동안의 과정과 인연이 이어져 온 결과”라고 말한다.

서울 광진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99학번)를 졸업하고 2005년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Procter&Gamble)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지먼트(BM) 업무를 담당하며 마케팅 역량을 쌓았다. 그는 2010년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비싼 학비를 마련하고자 KBS2 퀴즈 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해 제11대 우승자로 상금 5000만원을 거머쥐고 유학길에 오른 특이한 이력도 자랑한다.

그는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경영학 석사 학위과정)에서 금융과 회계를 공부한 후 2012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 합류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하며 2014년 벨기에 주류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의 국내 대형 맥주회사 오비맥주 인수 및 인수 후 기업통합 건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인수 가격이 약 58억달러(6조원)에 달했던 AB인베브의 오비맥주 M&A 딜을 통해 국내외 맥주 시장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후 김 대표는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해외 근무를 하며 자연스레 인근 나라인 벨기에,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맥주 생산국의 맛과 질 좋은 다양한 맥주들을 접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 맥주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개인 시간을 활용해 국제 공인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으로 알려진 ‘씨서론’(Cicerone)과 ‘맥주 심사관’ 자격인 ‘비어 저지’(Beer Judge)도 취득했다. 두 자격을 가지고 국내·외 다양한 맥주 출시 및 심사 행사 등에 초청받아 다니며 ‘맥주 전문가’로서 이력을 다졌다.

▲서울 성동구 어메이징브루잉 성수동 본점 모습.(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 대표는 그해 지인들과 함께 서울 이태원과 강남에 맥주 펍을 차렸지만 이내 폐점하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른 업체가 생산한 맥주를 가져다 팔았는데 이렇다 할 특색이 없어 요즘 말로 하자면 ‘폭망’(폭삭 망함)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두 번째 직장을 나와 수제맥주 사업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다양한 레시피를 연구했다. 당시 신문에서 ‘성수동이 뜬다’는 기사를 보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옛날 창고형 공장을 임대해 브루어리(양조장) 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듬해 2016년 4월, 어메이징브루잉 성수동 본점 매장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누구라도 처음 오면 ‘와’ 감탄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놀라움’을 담고자 했다”면서 “그래서 브랜드명도 ‘어메이징’으로 정하고 직접 개발·제조한 자체 수제맥주를 아예 50여종 대규모로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크 등 맥주와 함께 다이닝(저녁 식사)을 할 수 있는 호텔급 요리 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오픈 첫 6개월 동안 ‘1000원 맥주’ 메뉴도 선보이며 제한 없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일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창업 및 경영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그렇게 어메이징브루잉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매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성수동 페일 에일’과 ‘어메이징 라거’ 등 자신의 지명과 브랜드명을 강조한 수제맥주가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유명세를 타자 창업 이듬해 2017년 유명 벤처캐피털(VC) 업체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로부터 약 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어메이징브루잉은 투자금을 가지고 경기 이천에 부지를 매입하고 캔맥주 생산이 가능한 대형 양조 설비 공장인 ‘이천 브루어리’를 2019년 5월 완공했다. 첫 매장 문을 연 지 꼭 3년 만이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최대 약 2000t의 맥주 생산이 가능한데 이는 500㎖ 캔맥주로 환산하면 약 400만캔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메이징브루잉은 현재 1공장보다 생산 능력을 3배 늘린 두 번째 공장 ‘제2 브루어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완공 시 두 양조장을 통해 연간 최대 8000t(약 1600만캔)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지역 기반 소형 브루어리 중 최초로 대기업 주류 제조사와 같은 ‘일반주류제조면허’도 획득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대표 제품 ‘진라거’를 생산하는 경기 이천 브루어리 내부 모습.(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어메이징브루잉은 수제맥주펍으로 시작하고 유명해졌지만, 최근에는 편의점과 마트 등 소매점 캔맥주 유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최근 급증한 가정용 주류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현재 어메이징브루잉 매출의 약 70%는 편의점·마트 등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CU와 협업해 자사 최초 편의점 캔 수제맥주 ‘서울숲 라거’와 ‘노을 에일’을 선보였다. 편의점 ‘4캔 1만원’ 세트 판매에도 참여하면서 판매량과 인지도를 빠르게 늘려 갔다. 지난 9월에는 오뚜기와 협업한 캔 수제맥주 ‘진라거’를 출시했다. ‘진정성’에 초점을 두고 ‘진한 라거’ 혹은 ‘진짜 라거’ 등의 의미를 담았다. 그의 진정성이 통했을까. 올해 야심작 ‘진라거’는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70만캔이 모두 완판됐다. 2초당 한 캔씩 판매된 셈이다.

이 밖에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과 협업해 호텔 객실과 입점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 기반 ‘워커힐 시그니처 맥주’ 3종(라거·바이젠·IPA)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워커힐 및 삼성웰스토리와 손잡고 전국 약 12개 골프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골프장 전용 수제맥주 ‘버디 몰트 라거’도 내놨다. 그는 현재 전통주 막걸리(탁주)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3~4년 이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품질 좋은 업소용 수제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급하는 동시에 가정용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제맥주의 대중화를 이끄는 것이 목표”라며 “당장의 수익보다 함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를 키워 가며 어메이징브루잉만의 놀라운 브랜드 경험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오뚜기가 협업 출시한 ‘진라거’.(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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