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프리즘]스토킹 범죄 재발 막으려면

  • 등록 2022-09-27 오전 6:15:00

    수정 2022-09-27 오전 6:15:0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또다시 스토킹 살해 범죄가 발생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전주환은 2019년부터 3년간 350여회 문자와 전화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불법촬영물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피해자를 스토킹해왔다. 피해자는 작년 10월 전주환을 성폭법위반으로 고소했고, 올해 1월에도 스토킹처벌법위반으로 재차 고소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음에도 참변을 당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11월에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던 여성이 지급받은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로 호출했지만 경찰이 도착하기 전 살해당했으며, 올해 2월에도 가해자를 2번이나 고소를 하고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작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행 법률로는 스토킹 범죄의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더욱이 현재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구속 영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당역 사건도 전주환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됐다면 보복살인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 정당에서는 영장 담당 판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는데, 이는 과한 요구로 보이지만 스토킹 범죄에 있어 미온적인 구속 영장 발부에 대해선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의 사유는 세 가지, ‘주거 부정, 도주 우려, 증거 인멸’이고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재범의 위험성이나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는 독립적인 구속 사유가 아닌 고려 요소로 규정되어 있기에 실제로 영장 심사시 구속 사유의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지속성, 반복성’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스토킹 범죄는 그 어떤 범죄에 비해 재범의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스토킹처벌법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구속 외에도 1개월간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가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청구된 잠정조치 4호 10건 중 6건이 기각됐다고 한다.

따라서 스토킹 범죄에 있어 영장 심사시에는 개별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해 구속의 고려 사유를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는 재범의 우려나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하나의 독립된 구속사유로 규정하거나 스토킹 범죄처럼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에 있어서는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 조건부 석방을 도입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개선해야 할 점은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로 내릴 수 있는 ‘100m내 접근금지명령’도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의 호출이 있으면 피해자가 있는 위치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지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까지는 경찰이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 결국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서야 경찰은 위반 사실을 알게 되는데, 위반시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벌도 미약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경찰이 신고 받고 도착하기 전에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원천적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등으로 가해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보호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물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잠정조치나 구속같은 강제수사는 법률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지만 실효성 없는 규정과 법원의 형식적 심사로 본래의 입법취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나라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법의 도움을 구하고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발 빠른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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