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영화 나왔다"던 심은경의 직감..'수상한 그녀'는 옳았다

  • 등록 2014-02-03 오전 10:01:04

    수정 2014-02-03 오전 10:01:04

영화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에서 열연한 배우 심은경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안나와 엘사. 만화 속 자매들의 이야기에 푹 빠진 요즘,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이가 또 있다. 배우 심은경이다.

심은경은 지난달 22일 개봉된 ‘수상한 그녀’의 히로인이다. 3일 현재 392만 57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400만 돌파는 확실하고, 이번 주말까지 500만 돌파가 무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은 나문희의 ‘어려져 버린 시절’을 연기했다.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70대 할머니 오말순이 별안간에 20대로 돌아간 좌충우돌 속에서 훈훈한 감동이 배어나왔다. 스무 살의 몸에 칠순의 멘탈이 녹아든 오두리는 심은경의 연기로 빛을 발했다. 나문희의 일거수일투족을 연기하는 일은 듣기만 해도 쉽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심은경은 데뷔 10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놀라운 관찰력으로 나문희의 감성을 잡아냈다. 걸음걸이부터 말투까지 나문희의 모든 것을 간파하려는 노력 덕이다.

“나문희 선생님을 연기해야 한다는 건 정말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박인환 선생님과의 호흡도 너무 기대가 됐고, 성동일 선생님과 보여줄 마지막 장면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굉장히 마음에 끌렸다.”

‘수상한 그녀’ 나문희(왼쪽)와 심은경.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의 강점으로 억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눈물을 뽑기 위해, 웃음을 갈구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장치를 넣지 않았다는 것.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그만의 논리와도 잘 맞는 부분이었다.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게없다. 공들여서 열심히 만든 작품을 자신있게 내놔도 사실 모든 분들에게 만족을 드릴 순 없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는 빤한 스토리, 유치한 감동, 이런 것들이 있을지라도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만큼은 전혀 과하지 않다고 자부한다. 자연스럽게 관객의 마음에 다가올 수 있다는 게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은경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수상한 그녀’의 흥행 성공을 직감하기도 했다. 어떤 배우가 자신의 출연작을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할리 있겠냐만, 심은경의 목소리엔 보다 현실적인 확신이 들어있었다.

“우리 영화가, 내 스스로도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영화가 나온 것도 오래만인 것 같다. 아주 대단한 뭔가를 느낀 건 아니다. 다만 영화를 다보고, ‘부모님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면 ‘수상한 그녀’가 관객과 통하는 데 충분한 힘이 될 거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사진=김정욱기자)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영화다. 고등학교 3학년, 홀연히 유학길에 올라 미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심은경에게 화려한 국내 복귀작이 돼 줬다. 아무리 비중이 작아도 영화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으로 컴백 작품을 고를 생각이었던 심은경에겐 조금 ‘시끌벅적한’ 복귀작이었다.

“한창 연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을 때 유학을 떠나게 됐다. 처음 내가 모든 걸 결정하고, 나의 일상에 나만 있는 시간을 보낸 거였다. 내가 다시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대에 미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았을 때, ‘수상한 그녀’를 만났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내 비중이 너무 커서 부담이 됐다. 할머니 연기도,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야 할 수 있는 건데 막연한 걱정이 밀려왔다.”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건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었다. 영화 ‘도가니’를 만든 감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심은경은 아직도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만큼 ‘도가니’가 심은경에겐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수상한 그녀’도 받아들여졌다.

“예민하실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 요구할 것도 많으실 것 같았다.(웃음) 작업할 수록 ‘수상한 그녀’와 같은 코미디와 더욱 잘 어울리는 감독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스무 살, 나의 첫 성인 연기를 지켜봐준 분이다. 특별한 분이고, 믿고 의지가 됐다. 내 생각을 많이 존중해주셨고, 덕분에 할머니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정상에 너무 빨리 오르고 싶진 않다.”(사진=김정욱기자)
적지 않은 배우로서의 시간, 적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고민. 이 모든 걸 크지 않은 나이에 겪어 온 심은경은 그만큼 단단한 배우가 됐다.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10대, 자신의 입과 발, 생각의 일부가 돼 줬던 엄마로부터도 많이 떨어져 설 수 있게 됐다.

“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가 조금 늦은 사춘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땐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수상한 그녀’를 찍고난 뒤, 나를 돌아봤을 때 그 성장통이 얼마나 의미있었는지 알게 됐다. 아직 난 ‘초짜’고, ‘신인 성인배우’에 불과하다. 모르는 게 천지다. 욕심은 부리지 않을 거다. 평생 연기를 하는 게 꿈인데, 정상에 너무 빨리 오르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연기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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