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코치 보면 류중일 리더십 보인다

  • 등록 2015-02-26 오전 9:03:40

    수정 2015-02-26 오전 9:03:40

김평호 코치. 사진=삼성라이온즈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삼성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흐름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 가닥 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튀는 인물이 한 명 있다. 김평호 작전(외야 수비) 코치가 그렇다. 삼성에서 이렇다할 업적을 만든 선수 출신이 아니다.

단순히 ‘다른 코치들과 다르다’는 측면에서만 그를 묶어두어선 안된다. 그의 이력을 좀 더 추적해 보면 남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속엔 통합 4연패를 일군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이 담겨 있다.

김 코치는 지난 2011시즌이 끝난 뒤 삼성을 떠나 KIA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간혹 이런 일이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다른 의미가 포함돼 있다.

냉정하게 상황을 다시 돌아보자. 김 코치가 돌아온 것은 류중일 감독이 3연패를 이룬 다음이다. 감독이 하고싶으대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에 그는 돌아왔다.

다시 강조하지만 김 코치는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아니다. 특별히 대우를 해줘야 할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류중일 감독과 특별히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수비 및 주루 코치 출신인 류 감독과 코치 시절 보직이 살짝 겹쳤다. 의견 대립도 심했다. 류 감독은 “서로의 생각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김 코치는 다시 삼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류 감독이 강하게 영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참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꼭 챙겨야 하는 사람도 아닌 코치, 그것도 코치 시절 뜻이 잘 맞지 않았던, 팀을 등진 코치를 다시 데려 온 이유는 무엇일까. 류 감독은 “능력”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 부딪힌 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이 많았다. 참고하고 되새겨 볼 것들이 많았다. KIA에서 떠난 뒤 다시 불러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였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만 따져봤다. 그리고 실제로 큰 힘이 됐다.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의 움직임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작전 코치로서 주자가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를 결정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실제 삼성은 지난 해 뛰는 야구로 큰 동력을 얻었다. 2013시즌, 60개 대에 머물렀던 도루가 지난해는 140개를 넘겼다. 김 코치의 눈과 판단력이 더해져 얻어진 결과다. 대부분 사람들은 삼성이 있는 그대로의 전력으로 우승했다 여길지 모르지만 디테일한 차이 없이 4연패를 불가능했다. 도루는 그 중 하나였으며, 그 중심엔 김평호 코치가 있다.

바꿔 말하면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이 만든 결과다. 어쩌면 껄끄러울 수도 있는 인물을 다시 부르는 ‘드러나지 않는’ 파격적 인사를 통해 팀을 보다 강하게 만들었다. 이기는 것만 생각한 결단이었다. 류 감독이 좋은 재료를 늘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을 만들어 낸 진짜 요리사인 이유다.

류 감독은 “내가 코치들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선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할 수 있는지만 본다.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주는 코치만 필요하다. 그 기준 하나만 보고 인선을 한다. 지금까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엔 삼성이 왜 강했고, 앞으로도 강할 수 있는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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