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힘이 세면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다. 주식시장에서 힘은 주식 수에 비례한다. 수십 조원씩 주무르는 자산운용사는 목소리가 큰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좀 다르다. 덩치 큰 자산운용사는 외려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삼성·한화·신한BNP파리바 운용은 주주권 행사 공시가 한 건도 없었다.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안 밝힌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각각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KB자산운용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재벌을 대주주로 두고 ‘주주권 행사 0건’을 기록한 삼성·한화자산운용은 귀가 가려울지 모른다. KB는 주인 없는 회사고,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신탁도 전통적인 재벌이 버티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게 공교롭다.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고치지 못하는 것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으면 더 잘못이다. 운용사가 펀드 굴리며 운용수수료를 따박따박 받는 만큼 수탁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