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도입 임박? 경고?…주택시장 혼란 키우는 국토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상한제 발언 이후
도입 검토→시행령 개정→적용시기 고려
일사천리로 ‘도입 임박’ 군불 지펴
기재부 ‘신중모드’…당정 입장차 엇갈려
  • 등록 2019-07-18 오전 5:00:00

    수정 2019-07-18 오전 5:00:00

서울 서초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반포주공1단지’ 전경.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을 6월에 한다길래 청약을 할려고 준비해왔는데, 이제와서 언제할지 모르겠다네요.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건지, 다른 아파트를 청약하는 게 나을지 헷갈립니다.”(서울지역 아파트 청약 예정자)

분양가상한제가 잠잠하던 주택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 상한제 적용’을 첫 언급한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이 잇따라 공급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주택시장 주요 참여자인 건설사, 정비사업 조합뿐 아니라 예비 수요자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차례 경고 사인만 보낼 뿐 구체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떠보기식 규제 카드’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축소, 로또 아파트 양산 등 주택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만에 상한제 일사천리…내부의견은 ‘분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든 표면적인 이유는 고분양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주택시장 이상 과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으로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재건축 사업장이 늘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상한제는 후분양을 계획 중인 곳들을 재차 HUG 통제 안으로 두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며 “정부의 규제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오는 부메랑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상한제 검토 발언에 대해서도 해석이 난무한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HUG의 분양가 관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도입 가능성을 첫 내비쳤다. 이후 이달 들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참석해 ‘상한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한층 강화된 발언을 쏟아냈다. 불과 20여 일 만에 ‘분양가상한제 검토→ 시행령 개정안 마련→ 적용시기 고려’라는 규제 도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 내 기류는 다소 미묘한 상황이다. 아직 당정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어 상한제 도입이 임박한 것처럼 군불을 때는 것은 다소 지나치는 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2일 “현재로서는 언제, 어떻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지 정한 바 없다”면서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현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입법예고 등의 조치는 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사안이 시급하면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40일이 아니라 닷새로도 줄이는 게 가능하다”며 “상한제 적용 검토에 대한 거듭된 발언은 (과열조짐이 있다면) 해당 제도를 작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강남 재건축 후분양 ‘저울질’…공급 공백 불가피

예고된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주택사업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전 자치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수만 가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단지부터, 일반 사업은 관리처분 직전 단계인 사업계획 승인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만약 국토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상한제를 적용하면 ‘입주자모집공고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거나, 공포 이후 규정 적용 시기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경과 규정을 둘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즉 최대한 선분양을 유도해 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규제 적용 시점이나 세부 규정이 정해지지 않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선분양에서 ‘준공 후 분양’으로 선회했던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조합 관계자는 “선분양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당장 분양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보면 된다. 상한제라는 변수가 생겨 다음 달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는 국토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 관계자는 “오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인데 상한제 이슈로 일반분양을 언제로 잡아야 할지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며 “규제로 분양가를 낮추면 공사비는 인하되고 결국 부실 시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걸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단지 조합 집행부는 이날 국토부를 항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에 14년 만에 들어서는 아파트(옛 MBC 부지)인 ‘브라이튼 여의도’는 당초 선분양을 계획했다가 후분양 검토, 재차 선분양으로 선회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반분양만 5000가구에 달하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를 비롯해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신반포4지구, 방배13구역 등도 후분양을 검토중에 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상한제 변수로 사업비 규모가 큰 대단지와 그렇지 않은 중소 단지 간 후분양 선택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규제는 주택 사업자들에게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으로 볼 수 있다”며 “지방 등을 제외한 사업성이 높은 곳 위주로 공급이 이뤄져 전체 수급(수요와 공급)이 꼬이는 등 주택시장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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