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침투 작전의 시작과 끝 책임지는 '붉은베레'…공군 공정통제사

공군 5공중기동비행단 제259공수지원대대
공정통제중대 공정통제사 3人 인터뷰
인간 한계 이겨내며 고강도 임무 완수
향후 대테러 임무 추가, 인원 확대 추진
  • 등록 2019-07-22 오전 6:00:00

    수정 2019-07-22 오전 6:00:00

[김해(경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공군에는 공정통제사(CCT)라는 다소 생소한 임무 요원들이 있다. 항공기를 이용해 적 후방에 침투하는 공정작전을 지원한다는데서 따온 이름이다. 활주로나 관제 시설이 없는 곳에 먼저 침투해 기상·풍향·풍속 등의 정보를 아군 수송기에 알려주고 수송기가 원하는 위치에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관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투입돼,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First there, Last out)는게 이들의 슬로건이다.

공군 공정통제사는 20명 남짓의 소수 정예다. 공중강습과 수상침투, 산악이동 등 고강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말그대로 선발된 자만이 그들의 상징인 ‘붉은베레’를 쓸 수 있다. 까다로운 공중근무자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체력검정 기회가 주어진다. 5km 달리기·턱걸이·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수영 등을 통과하고 면접을 거쳐 비로소 선발될 수 있다. 11주간의 부사관후보생 기초군사훈련을 거쳐 16주 동안의 항공관제교육을 이수해야만 공정통제사 기초교육훈련을 받게 되는데, 지옥 훈련이 따로 없다.

2018년 하반기 전술종합훈련에서 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적 후방 침투 후 수색정찰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체육대학교 출신인 정수민 중사는 매번 오래달리기에서 1등을 거머쥘 정도로 체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훈련 당시를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반복되는 학술강의와 시험평가, 그 과정에서 매일 이뤄지는 체력단련, 야간까지 이어지는 공부에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중사는 “포기하고 싶을 때면 교관님의 붉은 베레모를 몰래 만지곤 하며 힘든 것을 달랬다”면서 “9개월의 기초교육훈련을 끝내고 수료한 그 날은 감정이 복받쳐 베레모를 만지다 잠들었다”고 회고했다.

기초교육훈련이 끝나도 또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다. 스카이 다이빙이라고 할 수 있는 고공 교육(HALO)이 대표적이다. 오민식 하사는 고소공포증 말기라고 했다. 놀이기구 조차 타지 못했던 그가 수 km 상공 항공기에서 뛰어내린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오 하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0m 공중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하이다이빙을 배우러 다녔다. 겁을 먹고 망설이다 뛰어 내린 탓에 잘못된 자세로 떨어져 기절까지 했던 적도 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처음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첫 특별전형으로 공정통제사가 된 오 하사는 외국어 능력 우수자로 선발되기 위해 6개월간 공사장에서 번 돈으로 학원까지 다녔다고 한다.

2018년 하반기 전술종합훈련에서 공정통제사 요원이 항공기에서 뛰어 내리고 있다. [사진=공군]
공정통제사들은 ‘창공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산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항공기 이륙 후 뛰어내리기 전까지 수없이 머릿속으로 행동과 절차를 연습한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탓에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혼 10년차 네 딸의 아빠인 이필준 상사는 200여회 가까운 공수 경험이 있는 ‘베테랑’ 요원이다. 그도 낙하산 강하훈련 중 다리를 크게 다쳐 1년 동안이나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던 적이 있다. 이 상사는 “맞벌이 가정에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 안됐던 때라 재활 기간 가정과 공정통제사팀 모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아내가 보직을 바꾸면 안되냐는 말을 꺼냈을 땐 참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공정통제사 임무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육군 특전사와 해군 특수전전단 등과 마찬가지로 대테러 임무도 부여하고 인원도 확충해 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2018년 하반기 전술종합훈련 당시 공정통제사 요원들이 항공기에서 뛰어 내리기 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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