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희 위원장 "ESG 성과, 고객사 만족으로 확인…법보다 강한 패널티"

경총-이데일리 공동기획 :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 <2>
이형희 SK 수펙스위원회 SV위원장 인터뷰
ESG 경영은 긴 싸움, 이제야 고객들이 알아주기 시작
VBA 참여해 국제 표준도 주도…글로벌 시장진출 유리
ESG, 기업에 법보다 강한 패널티 될 수 있을 전망
  • 등록 2021-12-02 오전 6:00:03

    수정 2021-12-02 오전 6:00:03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형희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부회장)
[대담=이데일리 최은영 산업에디터·정리=함정선 기자]“기업 고객들은 ESG 경영을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착한 일을 하고 있으니 거래를 해주는 개념이 아니라, 고객사 역시 ESG 관점에서 원하는 것이 있고 SK그룹이 그런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죠.”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부회장)은 SK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고객사의 만족도를 손꼽았다. ESG는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영 방침은 아니지만, SK를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 고객들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테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저전력 반도체로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데, 노트북을 만드는 델의 경우 전력등급이 좋은 반도체를 찾다 보니 거래의 질이 좋아졌다”며 “SKC나 SK지오센트릭과 같은 계열사에서는 폐플라스틱에서 소재를 만들어내는데, 이를 원하는 고객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ESG를 추구하고 있고, 마케팅에 이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ESG 관점에서 개발하고 있는 SK그룹의 제품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법보다 엄격한 기준 따라…반기업 정서 해소에 도움

이 위원장은 ESG가 앞으로는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을 바라보는 편견을 깰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기업들이 과거에는 옳지 못한 일을 관행적으로 해왔을 수도 있지만, ESG를 도입하고부터는 그럴 수가 없다”며 “글로벌 기준이 정해져 있고, 이를 따라야만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ESG는 법보다 더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ESG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반기업 정서’ 역시 해소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ESG와 관련해 좋은 평가는 평범해서는 받을 수 없고 리더십을 가져야만 통과할 수 있어 법의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또한 법 위반 사항이 아니더라도 이자율이 높아진다든가 하는 다양한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ESG 환경에서 충실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모든 기업이 ESG 기준에 따르는 상황이 온다면 기업을 무조건 나쁘게 바라보는 시각 역시 줄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SK그룹은 국내 ESG 분야에서는 가장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위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ESG가 아직 초기인 상황이고,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 내에서도 구성원들이 이제야 ESG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의 돈을 포기하고 미래의 안정성을 선택하며 경영원칙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나마 SK그룹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SG 수치화·화폐화…글로벌 표준 만들어 앞서갈 계획

이 때문에 SK그룹은 ESG를 측정하고, 수치화하고 또 이를 화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라는 항목들을 수치화해 보여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목표점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측정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숫자로 말하라”고 지시해온 것과 맞닿아 있다.

이 위원장은 “ESG를 느낌으로 할 수는 없다고 보고 측정을 시작했다”며 “탄소 1톤(t)을 줄이기 위해 얼마를 쓰는지 내부적으로 측정을 하는 한편 경영관리의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를 숫자로 환산해 측정하고 화폐화까지 하는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그나마 가장 쉬운 편인 환경의 경우만 해도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비용의 기준을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할 것인지, 그렇다면 한국의 탄소배출권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으로 할 것인지 등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인 부분은 그나마 측정되는 요소가 있기도 하지만 지배구조 부분은 계량화된 기준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측정 기준을 구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ESG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고 이를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민간협의체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 참여, 부회장사를 맡고 있다. VBA는 독일의 바스프가 회장사를 맡고 있고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이 올해 새롭게 참여했으며 포스코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이 기업의 ESG 활동을 회계에 반영하는 녹색회계프로젝트를 VBA가 수주해 진행 중”이라며 “아무래도 VBA에 참여한 기업으로선 앞으로 EU와 미국 등 글로벌 사업을 진행할 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중소기업의 ESG도 중요해져…상생 필요성 강조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앞으로 ESG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EU에서 공급망 실사 지침이 나왔고, 내년쯤이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휴대폰을 만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카메라 모듈이나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하는 중소 공급사까지 환경·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는 없는지 등을 보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공급망 실사에서 부적격 업체로 지정될 경우 EU 내 수출과 거래 등이 어려워질 수 있어 앞으로 대기업이 협력사들의 ESG에 대해 함께 관리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중소기업도 ESG에 대해 알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대기업도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고 도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ESG 도입 비용 등을 모두 대기업이 지원해야 하느냐 등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고려대 경영학 석사 △고려대 산업공학 학사 △SK텔레콤 CR부문장, 부사장 △SK텔레콤 MNO총괄 △SK텔레콤 사업총괄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환경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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