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위기는 복잡다단해 보이지만 원인은 간단하다. 최악의 패착은 ‘이재명·송영길’ 투톱의 ‘명분없는 출마’다. 또 온갖 편법이 횡행했던 검수완박의 무리한 추진과 청문회 정국에서 전략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선거막판 지도부의 자중지란도 걸림돌이었다. 특히 대선패배를 수습할 20대 구원투수를 향한 86그룹의 집단난타는 목불인견이었다. 선거 막판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참패를 기정사실화하는 결정타와 다름없다.
① 명분없는 출마… 서울시장 송영길·계양을 이재명 출마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재등판도 이해불가다. 전체구도가 이재명 고문의 패자부활전이 돼버렸다. 대선패장이 정치무대 전면에 이렇게 빨리 등장한 건 유례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출마가 불가피했다면 적어도 성남 분당갑을 선택했어야 했다.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마저도 찾기 힘들다. 대선후보를 지낸 거물이 무명의 정치신인과 혼전 중이다. 이후 ‘김포공항 이전’ 무리수까지 나왔다. 이긴다 한들 상처뿐인 영광이다. 패한다면 정계은퇴 각이다. 민주당은 ‘1614만7738표’라는 히든카드를 너무 일찍 소비했다.
② 검수완박 추진의 역풍…낙마1순위 한동훈에 KO패
민주당은 대선 이후 생뚱맞게 ‘검수완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선에서 승리했어도 검수완박을 추진했겠느냐는 반문에 합리적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온갖 꼼수를 동원해 다수 의석을 무기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여론은 돌아섰고 지지율도 하락했다. 21대 총선 180석 압승 이후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경고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총선 이후 민생경제보다는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올인한 것과 유사하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제1과제가 왜 꼭 ‘검수완박’이어야 했을까? 국민적 동의와 이해도 구하지 못했다.
초대 내각 인사검증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전략부재도 허점투성이다. 특히 최대어였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장관 대처는 완벽 실패했다. 한덕수 총리 인준은 계산기를 너무 심하게 두드렸다. 전관예우를 이유로 불가론을 주장하다가 지방선거 역풍을 이유로 찬성 당론으로 급선회했다. 송곳검증을 예고했던 한동훈 장관 청문회에서는 망신만 당했다.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코미디 청문회였다.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옷로비청문회 당시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본명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는 우스개처럼 ‘이모’와 ‘한국3M’만이 남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실력과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③ 박지현 사과 놓고 자중지란…호남 빼고 건질 곳이 없다
민주당의 위기는 깊고도 넓다.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절반인 8개 광역단체장 승리를 목표로 했다. 대선 결과가 ‘10대 7’이었는 점에서 가능한 목표였다. 이제는 어렵다. 호남·제주를 제외하고 승리가 확실한 지역이 없다. 최근에는 제주마저도 김포공항 논란에이 이상기류라는 소식이다. 이에 5곳만 이겨도 ‘선전’이라는 엄살이 나온다. 표정관리에 나선 국민의힘은 정반대다. △한미정상회담 △청와대 개방 △새정부 출범과 허니문 효과 △손실보상금 지급 등의 호재에 최소 10곳 이상으로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다. 4년 전 전국을 휩쓸었던 민주당의 파죽지세는 완전히 실종됐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