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새 아파트 절반이 ''빈집''

집주인은 기존 집 안팔려 입주 못해
실수요자는 비싼 전세 가격에 외면
  • 등록 2007-10-13 오전 11:20:54

    수정 2007-10-13 오전 11:20:54

[한국일보 제공] “이러다간 내년쯤 잠실지역에 전셋값 폭락사태가 빚어질 게 뻔합니다.” “대치동, 도곡동, 역삼동 등 주거중심지 신규 아파트 절반이 비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최고의 입지에 들어선 최신 아파트라는 프리미엄도 ‘공동화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에요.”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트리지움 3단지 아파트. 12일 현재 전체 3,696가구 중 커튼을 드리우고 집 단장을 하는 곳은 1,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 베란다 문이 굳게 잠겨 있고, 가끔씩 드나드는 이사짐 센터 차량과 인부들 외에는 인적조차 느끼기 힘들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54ㆍ여)씨는 “올해 초 바로 옆 레이크팰리스 입주시점에는 몰려든 이사 인파로 도로가 막히고 사다리차가 줄지어 늘어섰는데, 지금은 옛 풍경이 돼 버렸다”고 했다.

가을 이사철인데도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에 불 꺼진 신규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잠실 트리지움은 현재 2,500여 가구가 비어 있다. 특히 이주비 반환기일(13일)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자금압박이 심한 집주인들이 앞다퉈 급매물을 내놓는 바람에 109㎡(32평)형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선으로 인근 레이크팰리스에 비해 최고 1억2,000만원이나 떨어졌다.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등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선 현대도곡 아이파크도 예외는 아니다. 8월 1일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아직 60%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110㎡(34평)형 전세가 4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역삼동 개나리 푸르지오와 쌍용플래티넘밸류도 8개월이 다 되도록 빈집이 20% 가량 남아 있다.

송파구 신촌공인중개사무소 이모 대표는 “예년 같으면 입주 전에 전세계약이 대부분 끝났지만, 요즘은 찾는 사람들이 뜸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부동산 봉모 대표는 “작년만 해도 한 달에 10~15건 전세계약을 했는데 최근엔 한 두건도 힘들 정도로 시장이 죽었다”면서 “강남에 새로 나온 아파트의 실제 입주율은 50%를 넘지 못한다”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는 더 문제다. 내년에 잠실 1,2 단지와 시영아파트 재건축 물량이 쏟아지면 잠실 인근에만 1만8,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게 된다. 전세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남권에 빈집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러운 공급 확대 때문이다. 강남권 신규아파트 공급량은 지난해와 올해 합쳐 1만,2000여가구로 2005년(3,436가구)에 비해 매년 2배씩 늘었다. 특히 내년에만 올해(6,000가구)의 3배가 넘는 2만1,0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들이 새집에 들어가고 싶어도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트리지움을 분양 받은 A씨는 “사는 집이 팔리지 않아 잔금 납부가 어려워 입주를 미루고 전세로 돌렸지만, 그나마 수요가 없어 빈집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내신반영률 확대로 강남의 학군프리미엄이 줄어든 데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집주인의 발이 묶이면서 이사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그 동안 대기 매수자였던 세입자들이 지나치게 오른 강남아파트 매입을 포기하고 신도시 등으로 옮기면서 수요 공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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