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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시청률은 놓쳤지만, 마니아는 잡았다.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이하 '구미호')의 24일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12.9%(AGB닐슨미디어기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내용에 대한 네티즌의 갑론을박은 방송 내내 뜨거웠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도 '구미호' 갤러리가 따로 생겨 네티즌은 드라마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주고받았다. '구미호'란 낡은 소재가 트렌드에 민감한 네티즌의 관심사가 됐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구미호와 인간의 엇갈린 자식 사랑 '신선'…만신 캐릭터로 '긴장감'
2010년 판 '구미호'는 구미호를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우누이뎐'은 구미호에 모성을 얹었다. 그리고 구미호의 모성애와 인간의 자식 사랑을 충돌시켰다. 극 중 윤두수(장현성 분)는 불치병에 걸린 딸 초옥(서신애 양)을 구하려고 구미호(한은정 분)의 딸 연이(김유정 양)를 죽인다. 초옥과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연이의 간을 먹어야 불치병이 치유된다는 박수(남자 무당) 만신(천호진 분)의 비방 때문이다. 이에 구미호와 윤두수 집안은 끝없는 악연으로 치닫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갈등구조가 참신하고 실감났다"며 신선해했다.
'구미호'의 공포는 '서스펜스'(suspense)로 진화했다. 구미호와 인간의 갈등과 복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제작진은 만신이란 미스테리한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했다.
역학과 비방술에 능하며 혜안을 가진 만신은 윤두수와 양부인(김정란 분)의 비방 가이드 역할을 하며 사건 발단의 중심의 서 있는 캐릭터다. 구미호의 모성애와 윤두수의 부성애의 대립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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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작진은 만신의 실체를 마지막회 전인 15회까지 철저히 함구하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네티즌은 이에 만신을 두고 '구렁이설'·'지네설'·'까마귀설' 등을 제기하며 온갖 추측을 쏟아냈다. 기존 '구미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한 캐릭터 창조로 드라마의 재미를 살린 것이다.
'차도녀' 이미지가 강했던 한은정은 애절한 연기로 구미호의 애끓는 모성을 잘 표현했다. 장현성·천호진·김정란 등 중견 연기자들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을 든든하게 떠받들었다. 특히 만신 역을 맡은 천호진은 '미친 존재감'이라는 평을 들으며 네티즌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 "성급한 마무리"…'구미호'의 한계
하지만 결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만신과 구미호의 갈등이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는 지적이다.
24일 방송된 '구미호'에서 만신은 몹쓸 병에 걸려 죽은 인간의 간을 먹고 600년간을 연명한 괴수(?)로 정체가 드러난다. 만신이 왜 구미호와 윤두수 집안의 갈등을 부추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만신은 "600년 동안 죽는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구미호에게 자신을 죽여줄 것을 당부했지만 구미호는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인간의 간을 빌려 목숨을 연명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벌"이라며 떠나버렸다. 극의 갈등을 이끌었던 두 주인공의 마무리치고는 이해도 안 되고 힘이 빠진다는 게 네티즌의 중론이었다.
한 시청자는 마지막회에서 연이가 윤두수 영감에게 수없이 칼질을 해대는 장면 등을 들어 "아역들에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날 막을 내린 '구미호' 후속으로는 오는 30일부터 믹키유천·송중기·박민영 주연의 '성균관 스캔들'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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