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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일본 입장에서는 과거 자신들이 잘해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에 뺏겼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번 수출 규제 강화는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일본을 넘어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견제라고 본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 이같이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이미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주도권을 한국에 완전히 넘긴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도 어렵고 인재양성 기회도 놓쳤다”면서 “시스템 반도체까지 한국에 추격을 허용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이번 수출 규제 시행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소장은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우호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한일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규제도 문제지만 앞으로 나올 추가 규제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EUV(극자외선)’ 관련 제품 규제가 치명적일 수 있다”며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005930)가 공언한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전 세계 1위 달성 목표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개 품목 중에는 차세대 노광장비 EUV용 포토리지스트도 포함됐다. EUV 공정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핵심 기술이다. 포토리지스트에 이어 노광 공정에 사용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인 블랭크마스크 등이 일본의 추가 규제 대상에 오를 시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의 EUV 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면서 “한일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소재와 설비 등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한국 업체만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경쟁 국가인 일본은 물론 미국과 중국 업체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푸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