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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이번에 조성된 블라인드 펀드는 순전히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전망이다. 최근 조(兆) 단위 매물이 쏟아지며 한껏 달아오른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1일 한앤코는 3조2000억원 규모의 플래그십 주력 펀드와 60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 펀드로 구성된 한앤컴퍼니 3호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만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16년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한 바 있지만,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역을 투자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번 3호 펀드 결성으로 한앤코는 8조1000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을 확보, MBK와 더불어 국내 PEF 운용업계의 쌍두마차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김병주 회장이 이끌고 있는 MBK는 2005년에 설립돼 서울 ·도쿄·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 5개 대도시에 사무소를 내 현재까지 약 18조8400억원의 AUM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PEF 운용사다.
볼트온의 대가 한앤코, 국내 M&A 시장 불지피나
한앤코는 차량 열에너지 관련 시스템을 생산하는 세계 2위 업체 한온시스템(018880)을 인수한 뒤 올해 초 회사를 통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의 유압제어(Fluid Pressure & Controls) 사업부문을 인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한진해운 및 현대상선으로부터 전용선사업을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H-Line Shipping)을 설립했고, 작년에는 SK그룹으로부터 SK해운의 경영권을 인수해 해운업 분야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볼트온 전략을 통해 단순히 투자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회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앤코는 2013년 회생 매물로 나온 웅진식품을 950억원에 인수한 뒤 동부팜가야·대영식품 등을 추가로 사들이며 몸집을 키워나갔고 지난해 말 2600억원에 대만의 유통기업 퉁이그룹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웅진식품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한앤코로서는 볼트온 전략에 자신감이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앤코는 이번에 마련한 3조원 규모의 펀드를 바탕으로 현재 보유 중인 라한호텔(옛 현대호텔), 중고차 판매업 케이카(옛 SK엔카) 등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앤코-MBK, 경쟁 구도에도 관심
업계에서는 한앤코의 이번 펀드 조성으로 국내 M&A 시장이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M&A 시장에는 웅진코웨이(021240)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매각가가 2조원을 넘어서는 매물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이들을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재무적 역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한앤코와 같은 대형 PEF 운용사들이 인수 자금을 분담할 경우 자금 여력이 달리는 기업들도 조 단위 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전략적 투자가(SI)의 손을 잡지 않더라도 한앤코와 MBK 등은 조 단위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한 상태라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따라서 조 단위 딜의 성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매물을 두고 양사의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양사는 국내에서 조(兆) 단위의 ‘빅 딜’ 벌어질 때 글로벌 PEF 운용사인 KKR, 칼라일 등과 더불어 주요 인수후보군에 오르내리곤 했지만 직접적으로 맞붙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던 한앤코가 말미에 MBK에 지위를 내주며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SKC코오롱PI의 경우 한앤코와 MBK 뿐 아니라 글랜우드PE 또한 인수 의지가 강해 예상보다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3조원이란 자금을 확보한 한앤코는 SKC코오롱PI 인수전 이후에도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