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데스크칼럼]검찰發 `미투`에 보였던 분노는 어디 갔나

2년반 전 검찰 미투에 분노하고 대책 촉구한 文대통령
오거돈·박원순 등 민주당 지자체장 성추문엔 침묵 일관
文의 침묵속 정부는 안일대응, 與는 2차가해 `갈팡질팡`
  • 등록 2020-07-22 오전 12:02:00

    수정 2020-07-22 오전 12:02: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간절하게 하소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현실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새삼 확인된 겁니다. 특히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 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지난 2018년 1월, 당시 이 땅에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만연한 성폭행과 성추행은 물론이고 검찰이 관련 문제 제기를 스스로 덮어 버렸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청와대에서 각 부처 장·차관들을 모아 주재한 워크숍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를 정부 혁신과제 중 하나로 추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그로부터 불과 2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 그랬던 문 대통령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극적 최후를 맞은 망자(亡者)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터져나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적 일탈에 깊은 절망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든 그가 침묵하고 있는 시간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이런 행정부 수반의 애매모호한 스탠스가 이어지면서 자신과의 친소관계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부처의 갈팡질팡 대응도 가히 가관이다.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에 `피해 호소자`라는 명칭을 고집하다 결국 이해찬 당대표가 뒤늦게 사과했고, 사회적 약자 보호의 최후 보루라는 국가인권위원회도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서야 피해 호소자를 피해자로 바꿔 불렀다. 오거돈 전 시장의 미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종 입장을 내놓지 않던 여성가족부도 부처 폐지 요구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이정옥 장관이 직접 나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반성문을 써냈다.

사실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며 양성평등의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하루가 머다하고 터져나오는 미투 폭로는 더이상 누구 하나의 일탈 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래서 그 배후에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자인하고,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변화를 모색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 역시 임기 초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며 자신이 쓴 책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탁현민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에 승진 기용하는 등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대의보다는 `내 사람`을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이런 구조적 변화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겠다.

검찰개혁부터 코로나19 방역대책, 한국판 뉴딜정책, 부동산시장 대책까지 정당과 국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부처간 의견이 맞서는 현안에 대해 늘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방향성을 제공했던 문 대통령이 유독 이 문제에 있어서 침묵하고 있는 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인권변호사로서 성고문 피해자에 대한 변호에 앞장섰던 박 전 시장이 만들어 낸 성추문이 국민들에게 커다른 실망과 분노를 줬듯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 대통령의 침묵도 결국 자신과 집권여당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발(發) 미투에 대한 분노가 미투 그 자체가 아니라 개혁하고자 하는 검찰에 대한 단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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