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들과 함께 만드는 정책

  • 등록 2021-10-01 오전 6:15:00

    수정 2021-10-01 오전 6:15:00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청년주택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가야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직장 문제가 제일 크죠. 상황이 안 좋잖아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늘 불안합니다” 얼마 전 ‘용산청년지음’에서 지역 청년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한 눈빛이 자연스레 내 젊은 시절을 상기시켰다.

나는 강원도 양구 2사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일명 육군 스키부대였다. 35개월 남짓 죽어라 산을 타고 훈련을 받았다. 힘들었지만, 제대할 때쯤 되니 자신감이 넘쳤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현실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이력서를 내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오라는 데는 중국집 배달원 정도가 전부였다. 성에 안찼다. 서울로 향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내린 곳이 용산이다.

막노동을 했다. 공사장서 질통을 지고 모래자갈을 날랐다. 집이 없어 노숙인 생활도 했다. 모진 겨울, 추위를 피해 남의 집 연탄 굴뚝을 끼고 잠을 잤다. 3일을 굶어본 적도 있다. 배고픈 게 제일 서러웠다. 세 걸음만 걸어도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사람들만 보면 “밥 먹었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런다.

20대 후반이 되고 살림이 조금 펴졌다. 결혼 덕이다. 혼자 살 때는 늘 빚지고 살았는데 아내하고 둘이 사니 혼자 벌어도 저금이 됐다. 신기하고 묘한 산수다. 그리고 30대 중반, 용산구 초대 구의원이 됐다. 10대 시절부터 꿈꿔온 ‘정치’에 입문했다. 우여곡절 끝 지금은 초로의 4선 구청장이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자랑을 늘어놓는 게 아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도 가당치 않다. 시대가 바뀌었다. 내가 살아온 고성장 시대에는 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남들은 다 잘 사는데 나 혼자 외롭다”고 한다. “살기 위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슬픈 하소연도 들었다. 까딱 잘못하면 “부적응자”로 배제하고 낙인찍는 사회다.

이런 고민들에 공감하며 용산형 청년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나 서울시보다 먼저 청년 기본조례를 만들었고(2019년 3월) 전국 최대 규모로 청년정책 자문단을 꾸렸다. 가능한 한 많은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또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 가장 큰 청년 커뮤니티 공간(용산청년지음)을 만들었다.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혼자’가 되지 않도록 코넥터스, 더하기 프로젝트, 지음토피아 등 교류 사업을 활발히 운영했다.

이 외에도 구는 청년창업지원센터와 12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기금을 조성,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청년에서 신혼부부까지 양질의 주거복지를 위한 청년주택 건설비율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덕분일까. 용산은 전체 인구는 줄지만 청년층 비율이 높아지는 역주행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령화와 청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남은 임기 1년. 지역의 청년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공언할 순 없다. 남은 과제를 그저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 다만 청년들이여, 더 크게 목소리를 내자. 정책에, 정치에 참여하자. 어른들은 응답을 해야 한다. 내 안의 청년을 떠올리며 그들의 목소리에, 그들의 눈빛에 답을 줄 것. 청년과 함께 만드는 지방정부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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