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일상에 스며든 '메타휴먼'

  • 등록 2021-10-28 오전 6:15:00

    수정 2021-10-28 오전 6:15:00

[김지현 IT칼럼니스트] 진짜 인간인가 의심조차 느낄 수 없을만큼 사람같은 디지털 오브젝트가 TV에 아나운서로, 인스타그램에 셀럽으로, 유투브에 가수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엔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라 생각하고 박수를 보내다 컴퓨터가 만든 가상의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흥미를 가지며 열광한다. 그렇게 진짜 사람이 아닌 가공된 컴퓨터 그래픽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게 컴퓨터가 창조한 인간을 인공인간, AI휴먼, 메타휴먼이라고 부른다.

사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인간은 20년도 훌쩍 지난 1998년에 사이버 가수라 불리던 아담 그리고 류시아, 사이다 등이 최초다. 실제 노래는 사람이 부르고 얼굴만 3D 그래픽으로 만들어 TV 등에 출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열악한 기술로 현실감이 전혀 없었지만 당시에는 화제가 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 출연하며 인터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려면 매번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감당이 안되어 반짝 인기를 끈 이후 사그러들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그냥 진화한 수준이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해서 얼굴이나 음성은 물론 표정과 동작이 사람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발전했다. 심지어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을 배경으로 영상이나 사진이 제작되기 때문에 마치 현실 속에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기 충분하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비용도 적게 들어 어디든 출연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

AI와 3D 엔진의 기술적 발전은 실존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몰래 얼굴과 목소리를 도용해서 가짜 영상을 만들어 악용하는 딥페이크라 불리는 사회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일명 AI휴먼, 메타휴먼이라 불리는 기술로 진화해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탄생시켰다. 20년 전의 아담과는 질적으로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진짜같은 인공 인간이 탄생한 셈이다.

릴 미켈라라는 인스타그램에서 3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모델 겸 뮤지션으로 광고 게시물 하나당 1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핫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2020년 수입만 130억원으로 명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만든 이마라는 버추얼 모델은 이케아의 하라주쿠 매장에서 3일간 먹고 자면서 제품 홍보를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로커스라는 회사가 만든 로지라는 가상 인간이 2020년 8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했는데 초기에 메타휴먼으로 밝히지 않아 진짜 사람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다. 이후에 신한라이프를 포함해 국내의 주요 기업과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SNS와 유투브, TV 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이들 메타인간은 온라인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우리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 진짜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심지어 이들의 목소리도 AI가 창조한 음성으로 유일무이하다. 사람처럼 늙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고 24시간 활동할 수 있는 영원불멸의 존재인 셈이다.

그런 메타휴먼은 철저하게 짜여진 기획에 의해 SNS 활동을 하며 팬과의 교감을 나눈다. 물론 댓글도 남기고 팬미팅도 하며 인터뷰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메타휴먼이 댓글을 달고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2021년초 이루다라는 챗봇이 등장해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었다. 대화를 나누는데 전혀 기계같지 않고 사람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AI 기술은 얼굴이나 목소리를 넘어 대화도 가능할만큼 진화했다.

하지만, 그런 AI의 제멋대로 말할 수 있는 기술력을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적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AI를 믿고 인터뷰에 응하고 댓글을 달게 할 수는 없다. 대개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철저한 매니지먼트 하에 운영된다. 댓글이나 인터뷰는 AI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즉, 겉만 컴퓨터 기술이 창조한 포장이고 속은 사람이다. 사진이나 영상도 사람을 촬영 후에 얼굴 부분만 AI로 메타휴먼으로 변환해서 현실감을 높이기도 한다. 인터뷰도 사람이 하고 음성이나 얼굴만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메타휴먼의 것으로 변형한다. AI에 의해 메타휴먼이 100% 조작되도록 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사람의 개입에 의해 메타휴먼이 운영되는 것이다.

기업 광고 시장에서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는 MZ세대들의 환호를 받는 셀럽이기 때문이며, 둘째는 인간과 달리 통제와 관리가 쉬어 브랜드 평판에 문제가 생길만한 문제의 소지를 애초에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메타휴먼은 철저하게 기획 하에 움직인다.

그런데, 메타휴먼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메타버스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 들며 활동하는 메타휴먼에게 최적의 공간은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오프라인과 같은 입체적, 현실적인 공간을 가지고 온라인같은 자유도가 높은 제3의 세계이다. 이 메타버스야 말로 메타휴먼에게는 집과 같은 편안하고 완벽하게 어울리는 세계인 셈이다. 메타버스는 이들 메타휴먼에게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현실 세계에 메타휴먼은 존재할 수가 없다. 사진이나 영상은 합성해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온라인은 메타휴먼이 활동하기에는 답답하다. 사각형의 디스플레이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다 실시간 즉 라이브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 메타버스는 무한한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유형하며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떨고, 춤도 출 수 있다. 향후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사람과 메타휴먼이 어울어져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메타휴먼의 아이덴터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메타휴먼과 형성한 나와의 관계로 만들어진 아이덴터티는 내 마음 속에서만 있는 것일까? 메타휴먼에 내재화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메타휴먼의 아이덴터티는 누구와도 무관하게 고유한 하나인 것일까? 메타휴먼은 하나지만 사람마다 다 다른 아이덴터티를 가지게 될까. 메타버스 세상 속의 메타휴먼은 지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보다 더 다양한 관계를 수 많은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형성해가며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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