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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답이다]튀거나 죽거나…글로벌 1위의 '다름 DNA'

‘온리원’ 혁신 DNA를 찾아라①
노트북, TV 등 전통적인 가전제품 경쟁 비슷비슷
새로운 고객, 시장 여는 혁신 제품이 경쟁력
이종업종간 협업, 고객경험 강화로 차별화
  • 등록 2022-01-01 오전 6:30:00

    수정 2022-01-01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기자]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식물생활가전 ‘틔운’은 가전업계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전통사업으로 분류됐던 ‘홈 가드닝’을 정보통신기술(IT)과 결합해 160만원대 고가의 상품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식물을 키우기 실패했던 소비자를 겨냥했다. 물 공급, 통풍, 온도 등 식물을 기를 때 필요한 부분부터 수확시기까지 알려주고 자동으로 설정해 줘 누구나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연구원들은 LG디오스 냉장고 제품에 활용하는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적용해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을 만들고 식물에 대한 배경지식, 최적화된 재배방식 등까지 섭렵하며 제품 개발에 나섰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레거시 가전제품’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한 제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에서다.

LG틔운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현지 실장은 “실패하더라도 기존과 다른 새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열어보자며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LG트롬 스타일러, 건조기, 얼음정수기냉장고 등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던 LG전자만의 DN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손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는 LG틔운.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차별화가 아닌 모방

‘차별화하거나, 아님 죽거나.’ 비즈니스 세계에 오랫동안 전해지는 격언이다. 남들과 비슷한 전략과 제품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이젠 상식이다. 문제는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소비자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경쟁할수록 오히려 평범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디퍼런트’의 저자 문영미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경쟁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릴 때 가능하다”며 “유사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노트북만 해도 모니터 크기부터 여러 단계별로 성능을 달리한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똑같은 노트북’이라고 생각하고 최신 제품만 구입한다. 노트북 시장은 포화되면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노트북 최고 기업이 어디인지는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애플 ‘아이패드’가 그나마 ‘태블릿PC’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지만,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삼성, LG를 비롯해 화웨이 등이 비슷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새로운 혁신은 없었다. ‘경쟁을 통한 차별화’는 허구로 드러났다.

가전제품 업계 관계자는 “점점 차별화의 대가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며 “기업들이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 있지만 사실 서로의 제품을 빨리 베끼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전자레인지, 에어 프라이어, 토스터, 그릴 기능을 합쳐 한 제품으로 출시한 삼성 ‘비스포크 큐커’는 나름 ‘차별화’에 성공한 제품으로 분류된다. 비슷한 기능은 타사에서도 이미 출시가 됐다. 물론 파스텔톤의 ‘비스포크’ 디자인이 가미된 것은 나름 ‘킬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차별화’는 식품사들과 파트너십에 있었다. 식품사와 제휴를 맺고 월정액 밀키트 제품을 삼성카드로 구매하면 기기를 사실상 무료로 주는 ‘구독 서비스’를 접목한 것이다. 이종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시장을 연 것이다.

비스포크 큐커 개발에 관여한 이상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담당은 “주방기기와 식품을 합쳐 구독 서비스를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기에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려웠다”면서 “내부에서도 이종 업종간 협업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만 밀키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 더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는 기기뿐만 아니라 식품사와 협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 비슷하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설득해 새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고수한 것도 끊임없는 차별화 전략이 밑바탕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수의 레이어(층)에 극자외선(EUV)을 적용한 D램, 176단 7세대(더블스택) V낸드 등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경쟁자와 격차를 만들어 냈다.

삼성전자가 식품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
경쟁우위 따져 자원 집중…고객경험 강화

하지만 이런 성공사례는 매우 드물 만큼 차별화는 쉽지 않다. 대부분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개척자)보다는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를 선호한다. 물론 패스트 팔로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퍼스트 무버가 개척한 시장에 함께 참여해 시장을 키우고 몫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이 연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참여해 스마트폰 시장을 키웠다. 하지만 혁신의 상당한 몫은 결국 ‘퍼스트 무버’에게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경쟁우위를 따져 특정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열위였던 휴대폰 사업부문을 접고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생활 가전제품과 신시장으로 분류되는 전장사업에 집중한 게 대표적이다.

색다른 소비자 경험(Experience)을 강화하는 것도 차별화 전략이 된다. 테슬라는 운전자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 반영해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차세대 제품 설계에 나선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이 편리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이런 고객이 점점 늘면서 ‘테슬라 생태계’는 계속 확대된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고객경험(CX)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처럼 대규모 할인 등을 통한 뻔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김원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쟁우위에 있는 반도체나 전장사업에서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접목하는 등 새로운 기술 혁신을 빠르게 이루는 게 차별화의 방법”이라면서 “스타트업의 과감한 도전 DNA를 대기업이 포용하면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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