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무더기로 나올 좀비기업 …“심폐소생 PEF 뜬다”

코로나19 수혜받은 좀비기업 대거 회생절차 밟을 전망
기업 구조조정 및 회생 도우미 자처 PEF 빛 볼듯
HSG성동조선 '큐리어스'·내츄럴엔도텍 '루터PE' 각광
  • 등록 2022-05-20 오전 5:40:00

    수정 2022-06-03 오후 4:14:28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2019년 파산위기에 놓여 있던 국내 한 중견조선업체는 여의도에 위치한 A사모펀드운용사 문을 두드렸다. 앞서 세 차례나 진행한 공개 매각에서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조달 실패로 매각 작업이 번번이 무산됐던 데다 조선업 경기 침체로 사업 리스크가 유독 부각되던 시기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찾은 A운용사에선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블록 임가공과 안벽 임대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집행, 든든한 우산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기침체에 빠져 있던 조선업이 부활할 것으로 보고 2020년 HSG성동조선(옛 성동조선해양)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큐리어스PE의 이야기다. 큐리어스PE는 성장성을 갖춘 회사에 투자하는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다. 이미 동부와 이랜드 리테일, 성운탱크터미널 등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해왔고, 설립 이후로 단 한 번의 손실도 용납하지 않은 하우스로 유명세를 탔다.

(사진=픽사베이)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버텨온 좀비 기업들이 대거 회생절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사모펀드운용사들도 분주해졌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모펀드사 문을 두드리는 회사만 하루에 최소 서너 곳이다 보니 기업들의 넋두리를 들어주면 하루가 다 갈 정도라는 설명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굵직굵직한 바이아웃 명가들이 주목받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업 구조조정 및 회생을 다루는 전문 PEF들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하우스는 큐리어스PE다. 조선업 리스크에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HSG성동조선에 투자를 단행한 뒤 불과 2년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는 성공 신화를 쓰면서다. 사업다각화를 통 수주 물량 다변화와 영업조직 확대, 공장 재가동 차원의 생산설비 정비, 생산인력을 상대로 한 기술 훈련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자 큐리어스PE는 최근 HSG성동조선에 투자한 자산을 전량 매각했다. 이번 엑시트로 큐리어스PE는 30.3%라는 IRR을 달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큐리어스PE를 찾는 구조조정 기업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큐리어스PE는 현재 기업 구조조정 및 회생을 다루는 리커버리 딜을 몇몇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페셜 시츄에이션(Special Situation) 투자 명가인 루터PE도 업계 관계자들 입에 오르내린다. 루터PE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논란이 된 내츄럴엔도텍에 투자해 신뢰를 회복시킨 운용사다. 지난 2017년 회사는 내츄럴엔도텍 전환사채(CB)에 300억원을 투자해 약 4년간 회사의 신뢰 및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이사 교체부터 제품 신뢰도를 위한 인증절차 마련, 화장품 자회사를 통한 실적 개선 등을 꾀했고, 지난 2020년 상반기 건강기능 식품 제조 라인업 확장에 한창인 서흥에 경영권을 넘겼다.

회사는 지난해 말에도 부산·울산·경남 지역 1위 슈퍼마켓 체인인 탑마트(서원유통)에 투자하며 25%의 지분을 확보했다. 서원유통 입장에선 대형마트와의 경쟁 등으로 매년 실적이 줄던 와중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조력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루터PE가 과거 신세계의 쓱닷컴에 투자해 이커머스 등을 경험해본 만큼, 서원유통의 장점을 부각시켜 기업 가치를 효과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로 봐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생절차를 밟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해온 운용사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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