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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과연 일이 될까…티몬 제주 워케이션, 동행해봤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점 - 출근이 사라진다②>
제주 구좌읍 세화리로 워케이션 간 직장인 조승현씨
아내·딸·장인·장모 함께 제주로…일과 중 가족은 휴양
"업무 생산성 좋아…생각 막히면 한적한 동네 산책"
"파격적인 워케이션, 새로운 근무 문화 될 것 확신"
  • 등록 2022-05-23 오전 7:00:00

    수정 2022-05-23 오전 8:37:02

[제주=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내산 당근의 70%를 생산하는 제주시 동쪽 구좌읍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 세화리. 조승현(37)씨는 5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세화리마을회관으로 출근했다. 그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 티몬을 다닌다. 회사가 진행 중인 ‘워케이션(work+vacation)’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돼 번잡한 서울을 떠나 일주일간 제주의 한적한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19일 티몬 피플실에서 일하는 조승현(37)씨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마을회관 내 공유오피스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정병묵 기자)
19일 오후 세화리마을회관 내 공유오피스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에서 만난 조승현씨는 서울에 있는 팀장과 화상회의에 한창이었다. ‘피플실’ 소속으로 직원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그는 당장 다음 주에 끝내야 하는 법정 의무교육과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주간 단위로 업무가 돌아가 매일매일 업무를 점검하지는 않는데 오늘 서울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었는지 화상회의로 얘기 중이었습니다. 당장 다음주 완수해야 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정신이 없네요.” 팀장과 회의에 열중인 그의 모니터 너머로 세화해수욕장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내, 8개월 난 딸과 15일에 내려왔다. 17일부터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장인·장모도 워케이션에 동행했다. 그는 차로 15분 떨어진 성산읍 숙소에서 아침 9시 30분까지 세화리로 출근한다. 조씨는 “장인어른이 운전해 주시는 차로 출근하는 일은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죠”라며 껄껄 웃었다. 그가 일하는 낮 동안 장인, 장모, 아내와 딸은 제주 관광을 즐긴다. 저녁에는 가족이 모두 숙소로 모여 현지 신선한 현지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다.

▲19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마을회관 내 공유오피스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에서 워케이션을 온 직장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티몬)
그가 제주로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일하러 온 사연은 다니는 회사가 코로나19 ‘엔데믹’ 후 다소 파격적인 근무 형태를 실험 중이기 때문이다. 티몬이 5월부터 6월까지 50명을 선발해 제주·남해·부산 지역 중 한 곳을 선택해 일주일 워케이션을 보내고 있는 것. 왕복 교통비, 5박 6일 숙박비, 공유오피스 이용비, 일부 현지체험(액티비티)비, 여행자 보험 등을 지원한다. 주말을 활용하면 최대 9일까지 현지에서 머물며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7월 초 업무의 물리적 공간 제약을 없애는 리모트 워크 전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재택근무를 거치며 했던 구상을 구체화했다. 하반기 중 서울 강남구 신사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는데, 이 곳에는 전체 직원 800여명 중 100여명이 일할 공간밖에 없다. 본사에는 임원과 직책자들이 주로 출근하고 나머지 700여명은 서울 곳곳 공유오피스 중 편한 곳으로 나오면 된다. 이번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면 추후 정례화도 계획 중이다.

“제가 담당하는 사내 교육 분야는 업무 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마침 작년에 딸아이도 태어나면서 육아 스트레스까지 심했죠. 올해 4월 쯤에 일종의 ‘번 아웃’이 왔는데 팀장님이 좋은 기회에 재충전을 하라고 해서 내려오게 됐어요.” 조씨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하면서 업무 효율이 좋았듯, 워케이션을 와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일하는 것도 썩 괜찮다고 강조했다.

▲19일 티몬 피플실에서 일하는 조승현(37)씨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마을회관 내 공유오피스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티몬)
“회사에 출근해 감정적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특히 여기선 낮에 일을 제대로 못 끝내면 저녁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업무 집중 강도가 매우 올라갑니다. 서울에서 머리가 복잡해질 땐 카페에서 잠시 머리를 식혔는데 여기선 한적한 골목을 걷다 보면 생각 전환도 잘 됩니다. 물론 워케이션이 성공적이려면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자율성은 필수죠.”

조씨는 연애할 때 같이 여행을 다녔지만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어딜 가 보지 못한 아내에게 특히 감사한 기회라고 말하며 ‘퇴근길’에 올랐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건 서울이나 여기나 마찬가지인데 공간이 주는 힘이 매우 큽니다. 아내와 그간 자주 찾아뵙지 못한 장인어른, 장모님도 매우 만족해합니다. 이런 제도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회사 신규 입사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만약 제가 다른 회사를 가게 되더라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반드시 참고할 것 같습니다.”

▲티몬 피플실 소속 조승현씨의 아내, 8개월 된 딸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바닷가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회사도 이러한 근무 방식의 실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몬은 또 워케이션이 한창 중인 지난 18일 직원들이 게임처럼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오르면 바로 연봉을 올려 주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단위 연봉 계약과 평가 보상이 이뤄지는 틀을 깨며 인사 전반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무실 근무 시보다 효율적인 시간 및 업무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임직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은 물론 근무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며 “근무지 제약이 없어지는 만큼 최적의 인재를 확보하는데도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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