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렬 "30년 넘게 배우로 버틴 세월, 이제 외롭지 않네요"

제32회 이해랑연극상 수상
"연극계 의미 깊은 상,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라"
1985년 데뷔…140여 편 연극 출연하며 무대 지켜
"큰 상 받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연극 섬길 것"
  • 등록 2022-07-04 오전 6:30:00

    수정 2022-07-04 오후 10:29:2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금까지 연극을 하기 위해 묵묵히 버티는 것이 마냥 외롭기만 한 건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30년 넘게 1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무대를 지켜온 배우 남명렬(63)이 제32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명렬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해랑연극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마치 떠나가던 임이 뒤돌아 보며 미소를 보여줄 때처럼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32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배우 남명렬. (사진=이데일리DB)
이해랑연극상은 한국 연극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배우 겸 연출가 고(故) 이해랑(1916~1989)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된 상이다. 장인정신을 갖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연극인을 선정하는 상이다. 매년 단 1명에게 주는 상이기에 연극계에서는 갖는 의미가 크다. 이해랑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심재민)는 “남명렬은 ‘바다와 양산’ ‘코펜하겐’ ‘그을린 사랑’ 등을 통해 진지하고 매끄럽게 인물을 구축하며 수준 높은 경지를 보여준 배우”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남명렬은 1985년 대전에서 극단 동인극장의 연극 ‘물새야 물새야’로 데뷔했다. 5년간 직장 생활과 배우 활동을 병행하던 그는 1991년 전업 배우로 나섰고, 1993년 서울로 무대를 옮겨 본격적인 연극배우로 활동에 매진했다. 2014년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로 제50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연극 외에 드라마, 영화에도 틈틈이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남명렬은 “매체 연기도 재미있지만 연극 연기가 더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배우로서 무대가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는 내가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며 “배우라는 존재 의미, 그리고 희열을 느낄 수 있기에 연극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이디푸스와의 여행’ ‘알리바이 연대기’를 꼽았다.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은 저를 서울이라는 큰 물에 진입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대전에서 이 작품을 할 때, 서울에서 활동하던 연출가 채윤일 선생이 같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서 저에게 서울 공연을 제안했죠. 그 다음에 만난 작품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가 저에게 서울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고요. 김아라 연출의 ‘이디푸스와의 여행’은 연극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저에게 여러 수상으로 많은 영광을 줘서 의미가 큽니다.”

남명렬이 생각하는 배우는 “기다림을 버텨내야 하는 직업”이다.

“배우에게 힘든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볼 때가 많아요. 배우로서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궁금한 거겠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기다림이에요. 배우에게 기다림은 숙명이죠. 그 기다림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기다림이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도 자신이 출연할 순간의 기다림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저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에 무던한 편이라서 기다림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명렬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연극 관객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연극in’에서 연극인들이 연극에 대해 짧은 평을 남기는 ‘꽃점’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다음달에는 국내 초연 예정인 연극 ‘두 교황’을 통해 무대에 다시 선다. 남명렬은 “큰 상을 받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연극을 섬기면서 무대에 올라가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관객이 공감할 작품과 함께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 시대를 잘 살아간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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