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희 대표 "가전부터 반도체까지…그래핀 가능성 무한"

CES 최고혁신상 수상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 인터뷰
CES 이후 그래핀 관심↑…제조 공장 2025년부터 본격화
'그래핀밸리' 만들어 새로운 산업군 형성 목표
대통령에 '신약 지침 필요' 손편지 화제…정부 발빠른 대응
  • 등록 2023-02-20 오전 6:27:00

    수정 2023-02-20 오전 6:27:00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그래핀은 단순히 코일 히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신소재입니다. 가전부터 자동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사진=그래핀스퀘어)
‘꿈의 신소재’로 라디에이터 출품…“가능성 확인”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래핀은 높은 밀도와 차별화한 열이 발생하는데다 전자파도 거의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잘 활용하면 생활과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단층의 평면을 이루고 있는 첨단 나노소재다. 강철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도도가 좋으며 전자의 이동 속도가 실리콘의 100배에 이르면서도 유연하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핀스퀘어는 이번 CES에서 벽난로 형태의 그래핀 가상 난방 가전인 ‘그래핀 라디에이터’로 가전제품 분야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Z’자로 구부러진 형태로 적은 공간에서 더 효율적으로 열을 낼 수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에 홀로그램을 비춰 인테리어로도 활용 가능하다. 서양 사람들의 향수가 어린 가상벽난로 형태라 현지에서도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핀스퀘어는 지난해 CES에서도 그래핀을 활용해 투명한 판에서 빵을 굽는 조리가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래핀이라는 물질로 세상을 변화시킬 포부가 큰데 사람들이 실감을 잘 못하니 체감시킬 수 있도록 가전형태로 선보인 것”이라며 “소비자 가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CES 이후 약 한 달가량이 지난 시점인 만큼 사업적인 내용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홍 대표는 “가전 대기업 회사는 거의 다 찾아오고 있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캐나다, 남미, 사우디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많았다”며 “우선 조리가전을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2000대 정도 판매해보고 상황을 보면서 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핀을 이용한 가상 난방 가전인 ‘그래핀 라디에이터’(사진=중소벤처기업부)
◇2025년부터 공장 본격 가동…특허 통한 독점권리도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공장도 준비 중이다. 그래핀스퀘어 본사가 있는 포항에 3만3000㎡(1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올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현재 조리가전 5000대, 라디에이터 5000대 수준인데 향후 생산능력을 수십 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홍 대표는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핵심인 ‘히팅모듈’을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라며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밥솥, 가전 난방,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앞유리에 그래핀을 활용하면 겨울철 얼어붙은 유리를 녹이는 데 에너지가 3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전기차의 경우 앞유리를 녹이는 데 사용할 에너지를 아껴 수십㎞의 추가 운행이 가능해진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공정 중 하나인 노광공정에 사용하는 부품은 열에 강하면서 투과율도 높아야 하는데 그래핀이 딱 맞는 소재”라며 “이를 상용화하면 수율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반도체 산업의 지형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대량 양산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그래핀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독점적인 권리를 지닐 수 있다”며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후속특허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그래핀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다양한 기업들이 몰려들 텐데 실리콘 밸리처럼 그래핀 밸리라는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되기를 바란다”며 “실리콘 밸리를 통해 정보기술(IT) 태동하고 세계의 변화를 이끈 것처럼 궁극적으로 그래핀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나노 신약 개발 본사 싱가폴 이전까지 고려하는 이유

홍 대표는 이달 초 대통령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서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래핀을 활용해 치매·파킨슨병 등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그래핀도 운영 중인데, 편지를 통해 국내에는 나노신약 개발을 승인할 규제나 가이드 라인 조차 없어 많은 신약 벤처기업이 미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신약이 통과될 수 없으니 임상은 미국에서 진행한다. 임상 실험에 들어가는 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미국에서 임상을 하면 그 많은 돈이 미국에 뿌려지는 꼴”이라며 “나노 신약을 우리나라에서 임상 실험 할 수 있게 길을 뚫어주면 투자도 들어오고 엄청난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바이오의 거품이 빠져 작지만 강한 회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들이 잘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도 본사를 미국이나 싱가폴로 이전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편지를 전달한 이후 식약처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에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조만간 가이드 라인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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