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모자 쓸래요”…개막전 제패한 ‘긍정 아이콘’ 김아림

LPGA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TOC 우승
개막 일주일 앞두고 메인 후원사 구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모자 쓰겠다”며 긍정 모멘트 발산
경기서도 ‘스마일 퀸’…코다 맹추격에도 ‘미소’
“코다 18번홀 버디 보고 나도 넣겠다 생각” 소감
  • 등록 2025-02-03 오전 10:09:06

    수정 2025-02-03 오전 10:12:47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김아림은 후원 기업 로고가 없는 민무늬 모자를 쓰고 개막전에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지난해 후원사였던 한화큐셀이 골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이후 메인 후원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아림(사진=AFPBBNews)
올해는 경제가 좋지 않아 후원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가 더러 있다. 김아림도 그중 한 명이었다. 메인 후원사는 프로 골퍼의 자존심이다. 시즌 첫 대회 출전을 일주일 앞두고도 메인 후원 계약이 되지 않으면 초조한 게 당연하다. 그러나 김아림은 달랐다. 오히려 김아림은 매니지먼트사 관계자에게 “빈 모자를 쓰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서겠다”고 밝게 말했다고 한다.

다행히 김아림은 대회 개막을 딱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과 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얼마나 급하게 이뤄졌는지 후원사 로고 스티커도 급하게 제작했다. 시간이 없어 관계자들이 후원사 로고에 강력 테이프를 붙이고 모서리에 바느질까지 해 옷에 부착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이었던 나머지 김아림 상의 가슴과 왼팔에 붙은 메디힐 로고와 옷 사이에 틈이 생겨 로고가 들떠 있었다. 그만큼 개막 직전에 계약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김아림은 계약에 부응하듯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나흘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2020년 12월 US 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김아림은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투어 3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으로 30만 달러(약 4억 3000만 원)를 받았다.

김아림은 ‘긍정 아이콘’으로 통한다. 국내 무대에서 활동할 때부터 늘 웃으며 경기하고 갤러리들을 향해 한 손을 배꼽에 대고 인사하는 모습으로 ‘스마일 장타퀸’으로 불렸다. 경기 중 자주 미소를 보이는 건 그만의 경기 루틴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아림 특유의 긍정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세계 1위 코다에게 15번홀에서 잠시 공동 선두를 허용했을 땐 “계속 버디를 만들어내는 코다의 스코어를 보고 놀랐지만 이내 제 경기에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코다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7m 버디를 잡고 1타 차로 추격했을 때도 김아림은 “나에게 홀이 하나 더 있어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코다가 맹추격을 해올 때마다 16번홀(파4)에서 6m 버디를 잡았고, 18번홀(파4)에서는 버디 퍼트를 앞두고 슬며시 미소짓더니 7m 버디로 응수했다. 극적인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김아림은 왼 주먹을 허공으로 날리며 기뻐했고, 양희영 등 동료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김아림은 “코다가 18번홀 버디를 잡는 걸 보고 저도 이 버디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아림(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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